국내외 투자은행 증권사 전망치보다 낮아...KDI, 건설투자 부진 영향

KDI는 12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지난 5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놓은 숫자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KDI는 매년 5월과 11월 각각 상·하반기 경제전망을, 2월과 8월에는 당시 경제 상황 변화를 반영한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다.
이번 수정 전망치는 국내외 주요 투자기관과 증권사들의 전망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은 삼성증권이 1.1%로 잡는 등 최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 이상으로 높여 잡았다. 지난달 말 기준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0%로 지난 6월(0.8→0.9%)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했다.
KDI는 0%대 성장률 전망을 유지한 주된 배경으로 건설투자 부진을 꼽았다.
상반기 건설투자가 기존 전망을 밑돈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가 지연돼 건설투자 회복이 지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건설투자는 8.1%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기존 전망보다 3.9%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특히 최근 6·27 대책 등 대출 규제 강화와 새 정부가 예방을 강조하는 '건설현장 안전사고' 관련 여파 등이 건설업 부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올해 수출 증가율도 작년(6.8%)보다 크게 둔화한 2.1%로 전망했다. 하반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분별한 고율 관세 정책으로 1930년대 수준(16.4∼17.7%)으로 급상승했다.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 지수도 최근 10년 평균(232) 대비 15배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다만 미국 관세와 관련된 대외 여건은 기존 전망때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미국의 상호관세율과 철강 등 일부 품목 관세율은 올라갔지만 자동차 관세율은 10%p 내려가고 정보통신기술(ICT) 품목도 무관세가 유지되고 있어 큰 틀에서 영향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만 상반기 전망 때와 비교하면 올해 수출 증가율은 1.8%p 상향 조정됐다. 상품수출 증가율도 1.6%p 올려 잡았다.
KDI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1.6%로 전망했다. 상반기 전망치와 같다.
수출 증가율(0.6%) 둔화 전망에도 건설투자(2.6%) 등 내수 부문이 반등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보완한다는 것이 KDI의 설명이다.
건설투자는 건설수주 회복이 반영되면서 부진이 점차 완화해 2.6% 늘 것으로 예상됐다.
민간소비도 내년 1.5% 늘며 올해보다 증가세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KDI는 미국과 주요국 간 통상 갈등이 격화하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져 성장률 등 전망치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품목 관세를 수출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 발표된 반도체 품목 관세는 세부 사항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아 이번 전망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KDI는 설명했다.
KDI는 "우리 반도체가 대만·아세안 등에서 중간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교역국에 대한 반도체 관세 인상도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PF 시장 정상화 지연도 '전망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건설업체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건설투자 회복이 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구 전문위원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