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심기보좌’보다 중요한 것](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8120809190986946a9e4dd7f220867377.jpg&nmt=30)
갑질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첫째, 장관 후보자처럼 개인적 잡일을 시키거나 업무와 상관없이 아랫사람을 부리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상사의 말 한마디로 인해 업무가 확확 바뀌거나 안 해도 될 일을 하게 해서 업무효율을 떨어뜨리는 경우입니다. 둘 중 하나가 문제일 수도 있고 둘 다 해당하는 상사도 있습니다. 상사가 직원을 고유한 전문성과 능력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지 않을 때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납니다.
갑질하는 주체가 임원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내막을 깊이 들여다보면 이 갑질의 출발지가 임원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그 임원과 제일 자주 만나고 차 마시고 밥 먹는 바로 아래 직책의 관리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임원 아래 직속 본부장 또는 부장이 임원을 위해 ‘입 속의 혀’처럼 굴 때 이 갑질은 개인 차원이 아니라 조직의 문제가 돼버립니다.
이런 경우 해당 참모는 임원이 지나가는 말로 한 아주 사적인 이야기까지 흘려 듣지 않고 조직의 일로 만듭니다. “바쁘신데 그런 일까지 직접 하세요?”하는 식입니다. 문제는 그 일을 정작 자기가 하는 게 아니라 휘하에 있는 직원을 시킨다는 겁니다. “박과장, 여기 와서 이것 좀 해드려”라고. 더 나쁜 건 이럴 때 자발적으로 나서는 직원들을 파악해서 기억해 둔다는 점입니다.
원래부터 인성이 부족해 갑질을 일삼는 리더도 있지만 자기 휘하의 이런 참모들로 눈이 가려져 갑질을 당연시하고 갑질을 갑질인지 모르는 리더가 의외로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 ‘입 속의 혀’는 자기 보스가 가진 권한과 자원을 자신에게 오도록 만들고 자기 밑에 줄 선 직원에게까지 흐르도록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통 ‘심기보좌’라고 말합니다. 조직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생산성을 높이고 리더십을 발휘해 조직에 성과를 가져오는 관리자보다 이런 ‘심기보좌’를 잘하는 관리자가 승진하고 중요한 자리에 가게 되는 경우를 수없이 봤습니다.
조직의 최고 책임자가 되면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습니다. 이 때는 ‘입 속의 혀’가 바로 임원들이 됩니다. 이럴 때 조직의 최고 리더가 중요합니다. 주변에서 친위그룹을 만들어 리더의 눈을 가리면 리더는 본의 아니게 갑질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리더가 진짜로 옳은 일을 제대로 하고 싶으면 ‘심기보좌’를 잘해서 자신을 편하게 해주는 참모인지,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건강한 비판과 토론을 통해 일이 되게 하는 참모인지를 가려낼 줄 알아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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