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회 전날 조합장∙GS 비밀 접촉 … 부결 유도·해임 저지·재공고 논의 의혹
성동구청·서울시 제재, 성동경찰서 수사·증거보전 등 … 즉각 개입 요구 커져

‘유래회관 고급 식사 접대’ 논란이 사라지기도 전에 다시 특정 시공사와 조합 핵심인사가 은밀히 접촉한 정황이 드러났으며, 그 자리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한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제보한 조합원들은 이날 회동은 다음 날 대의원회 표결을 하루 앞두고 지침 변경안을 ‘부결’시키기 위한 표 대책, 조합장 해임 저지 시나리오, 심지어 기존 입찰공고 취소 후 완화된 조건으로 ‘재공고’하는 이른바 ‘리셋 플랜’까지 검토하는 자리였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유래회관에서 고가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이미 고발된 조합 집행부가 또다시 특정 시공사와 모였는 건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시각이다.

이번 회동이 더욱 무거운 파장을 낳는 이유는 ‘비정상적 입찰지침’에서 시작된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이 제시한 지침에는 ▲조합원 로열층 우선분양 금지 ▲프리미엄·할인 보장 금지 ▲금융조건 제한 ▲입찰 무효·박탈 규정 강화 ▲준공 책임 강화 등 과도한 제한을 촘촘히 담고 있다. 핵심은 ‘제안의 자유’를 가로막아 경쟁사의 차별화·조건 제시를 사실상 원천봉쇄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현장설명회에 불참했고, 실질적으로 GS건설 단독 구도가 우려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업계는 “타 사업지와는 달리 조합원에게 불리하고 경쟁을 저해하는 독소조항들”이라며 지침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지침을 바로잡기 위한 대의원총회를 앞두고는 노골적인 회유 정황이 이어졌다. 조합 직원이 대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지침 변경에 반대해 달라”고 요청하는 녹취가 공개됐고, GS건설 측은 대의원들을 직접 만나 복숭아 상자를 건네며 ‘부결’을 종용했다는 증언과 사진 제보가 접수됐다. 제보자들은 “공정한 절차를 요구했을 뿐인데 조직적인 압박이 들어왔다”고 토로했다. 실제 9월 4일 대의원총회 표결에서 지침 완화안은 반대 71표, 찬성 44표로 ‘부결’됐다. 같은 날 일부 조합원은 조합장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정면 충돌로 전환했다.
의혹은 사업 조건을 넘어 조합장의 배임시도 의혹으로 번졌다. 조합장이 특정 마감재를 임의로 교체해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의 차익을 챙기려 했다는 고발장이 관할 경찰서에 접수됐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 규모는 개인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우며 시공사와의 공모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조합 자산을 침해하는 중대한 배임 시도”라고 우려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조합장이 특정 시공사 직원과 수시로 붙어 다니며 골프와 향응을 받아왔다”는 증언과 함께 “시공사는 물론 철거 등을 비롯한 각종 업체 선정 이권 개입 의혹이 이어진다”는 폭로가 잇따르며 해임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경찰에 고발이 접수된 상황으로 사실관계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조합–시공사 간 이해관계 결탁 의혹과 맞물려 형사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행정기관의 태도다. 고가 음식점 접대, 복숭아 상자 회유 정황과 녹취 공개, 조합장 배임 의혹, 부적절한 식당 회동 사진까지 연쇄적으로 제보·고발이 이어졌음에도 성동구청·서울시 차원의 실질적인 제재나 조사 착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조합원 사이에서는 “관리·감독 주체가 뒷짐만 지고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건 일반 재개발 사업에서 볼 수 있는 잡음 수준이 아니라 수조 원대 사업을 두고 ‘계속된 유착 의혹과 비리, 행정기관 방관’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특이한 상황”이라며, “성동경찰서에 접수된 고발도 조합원 사이에서는 진행이 더디다는 불만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이번에도 솜방망이 조치로 결론 난다면 “불법·결탁도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신호가 업계 전반에 재확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사안은 서울시와 성동구청, 성동경찰서가 동시에 개입해 공정성 회복의 본보기로 삼아야 할 사안이라는 데 여론이 수렴되고 있다.
이종균 기자 jklee.jay526@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