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난 10일 뉴욕증시 폭락하자 "불황을 겪는 것 서로 원치 않아" 한 발 물러서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매우 존경받는 시(시진핑) 주석이 잠시 안 좋은 순간을 겪었을 뿐"이라며 "그는 자기 나라가 불황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여전히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그렇다"면서도 "어떻게 될지 보자"고 밝힌 뒤 "11월 1일은 나에게 아주 먼 미래와 같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이날 9일 발표한 희토류 등의 수출 통제가 적법하고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싸움을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 또한 단호한 상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이긴 했지만 동시에 '싸움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힘으로써 대화의 여지는 열어둔 것으로 평가됐다.
양국이 정면 충돌할 분위기를 연출하자 지난 10일 미국 증시가 급락하자 부작용을 인식한 듯 다시 한 발짝 물러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추수감사절(11월27일)과 크리스마스 연휴 등 미국의 대표적 소비 시즌을 앞두고 중국과 다시 초고율 관세로 맞설 경우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으로 자신의 경제정책 간판인 관세 정책에 대한 지지는 물론 국정 전반에 대한 지지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트럼프 대통령도 의식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역시 미국의 반발에 대응할 나름의 준비를 한 채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빼든 것으로 보이지만 대미 관세가 100% 수준으로 올라감으로써 양국 교역이 사실상 단절되고, 첨단 기술 관련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가 강화될 경우 자국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것임을 모르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양측 모두 현 상황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고 있는 가운데, 당장의 관심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월31일∼11월1일)를 계기로 한 미중정상회담이 성사됨으로써 11월 중순에 끝나는 '미중관세전쟁 휴전'을 연장할 수 있을지에 쏠릴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2주 뒤 한국에서 열리는 APEC회의에서 시진핑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SNS에서 밝혔지만 같은 날 취재진의 질문에는 APEC 계기에 한국을 찾을 것이라면서 "아마도 우리가 (미중 정상간) 회담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APEC까지 남은 보름여 시간 동안 미중간에는 모종의 고위급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 등 양국 정상의 정무·경제 분야 최고위 참모가 제3국에서 만나 갈등 무마 및 입장 조율을 함으로써 APEC 계기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을 트게 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성구 전문위원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