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경쟁교육은 야만이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0240825540857446a9e4dd7f220867377.jpg&nmt=30)
“계엄선포문이 양복 뒷주머니에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언론사 단전 단수 내용이 적힌 쪽지를 멀리서 봤다.” 계엄 내란 당시 국무총리와 행정안정부장관을 지낸 자들의 변명입니다. 누가 봐도 말 같지도 낯 두꺼운 거짓말을 일반인이라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을까요. 무능하고 무책임한 내란수괴를 지키기 위해 궤변을 쏟아낸 정치인들과 법조 엘리트들을 과연 선량한 민주시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2023년 12월 4일부터 국민들은 우리 엘리트들의 적나라한 민낯을 봐 왔습니다. 국무총리 부총리 장관들의 행태를 생각하면 한심합니다. 정치인과 법조계 사람들은 궤변과 허언 곡학아세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이 사태가 나기 전에는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파업을 벌인 의사들의 이기적이고 파렴치한 행태에 온나라가 고통받았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학교가 길러낸 이른바 ‘전교1등 모범생’들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이기적이고 오만한 엘리트들을 기르는 걸 우리는 지금 ‘교육’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내란 사태가 보여준 것은 한국 민주주의 위기 뿐만 아니라 한국 교육의 파탄을 드러낸 것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한국 교육이 길러낸 엘리트라는 사람들은 성숙한 민주시민이 아니라 파시스트입니다. ‘적자생존 약육강식’이라는 이른바 소셜다위니즘(social Darwinism)의 대표적인 추종자가 히틀러인데 이들의 핵심적인 사유원리가 경쟁, 우열, 지배입니다.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며 우수한 게르만족이 유대인을 지배하고 학대하고 죽였기로서니 뭐가 그리 잘못됐냐는 논리입니다.
독일은 파시즘이 남긴 유산을 청산하기 위해 교육개혁부터 시작했습니다. ”경쟁교육은 야만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학교에선 석차를 없애고 우열을 나누는 모든 행위를 금지했습니다. 학교 간의 경쟁도 없앴습니다. 독일 대학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명한 대학은 있어도 ‘일류대학, 이류대학’은 없습니다.
대학입학 시험도 따로 없습니다. 아비투어(Abitur)라고 하는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보는데 90% 이상 합격합니다. 이 시험을 통과하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를 원하는 때에 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다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생기면 10년 후에 대학에 진학해도 됩니다.
한 공동체의 대다수가 갖고 있는 지배적인 관념을 이데올로기라고 하는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 이유는 경쟁 이데올로기를 ‘능력주의’와 ‘공정’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떠받쳐주기 때문입니다. 경쟁의 결과는 능력주의가 정당화시키고 경쟁의 과정은 공정이 합리화시켜 줍니다. 이 세 이데올로기가 서로 지지하고 정당화하고 강화시키면서 한국인의 의식을 지배합니다.
한국의 교육제도와 현황을 집중 취재한 프랑스 《르 몽드》는 “한국교육은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가장 고통을 주는 교육”이라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대학생 10명 중 8명은 고등학교를 ‘전쟁터’로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경쟁’이 우리 사회의 성취와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경쟁, 능력주의, 공정 이데올로기를 당연시한다면 한국사회는 야만 상태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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