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회에는 성범죄 피해 사건을 전담해 온 여성 전담 변호사들과 임상심리사,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참석해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사례와 경험을 공유했다. 참석자들은 피해자 합의가 단순히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피해자의 선택권과 이후 삶의 회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성 전담 변호사들은 상담 현장에서 피해자들이 합의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요소로 가해자와의 접촉에 대한 두려움, 합의 이후 절차에 대한 불확실성, 주변의 시선과 자기비난을 꼽았다.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준비 없이 진행되는 합의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며, 피해자가 합의의 의미와 결과를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상심리사들은 합의 여부를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피해자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PTSD, 불안 장애, 수치심, 자기 책임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태에서 성급한 결정을 내릴 경우, 합의 이후에도 심리적 후유증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공유됐다. 합의는 피해자의 회복 단계와 정서 상태를 함께 고려해 접근해야 하며, 그 결정 과정에서 피해자가 통제권을 되찾고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연구회를 주관한 차재승대표변호사는 “합의 여부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피해자의 현재와 이후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라며 “충분한 정보 제공과 전문적인 조력이 전제될 때, 합의는 포기가 아니라 회복을 지키기 위한 능동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구회에서는 이어 검사 출신 민경철대표변호사의 인터뷰도 진행됐다. 민 대표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합의를 바라볼 때 수사 실무상 고려해야 할 관점과 주의점을 설명하며, 합의 과정이 수사와 재판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짚었다. 특히 합의가 가해자 측 주장으로 왜곡되거나 불리한 정황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수사 구조와 법리 흐름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피해자 합의가 가장 건강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법률적 판단과 심리적 회복 지원이 분리되지 않고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합의는 사건의 끝이 아니라,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인식이다.
이번 제7회 성범죄 피해자 지원 연구회를 통해 도출된 논의는 향후 피해자 상담 매뉴얼과 사건 대응 체계에 반영될 예정이며, 피해자 중심 합의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는 후속 연구로도 이어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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