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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해외취업사기 연루, 속아서 가담했어도 실형 위기라면? ‘미필적 고의’가 관건

입력 2026-03-17 09:00

허세정 변호사
허세정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해외로 출국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일원이 되어 국내로 강제 송환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거점을 둔 범죄 조직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고액 알바' 혹은 '해외 물류 사무직'이라는 허위 광고를 게시하여 청년들을 유인한다. 피해자들은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빼앗긴 채 감금당하고 협박과 폭행 속에서 강제로 보이스피싱 전화 상담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개인은 피해자인 동시에 범죄의 가담자로 전락하게 되며, 정부의 범죄 척결 의지에 따라 현지 급습 및 국내 송환 절차를 거쳐 사법 심판의 대상이 된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여 국내로 송환될 경우 적용되는 법적 혐의는 매우 무겁다. 기본적으로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하며 조직의 규모와 체계에 따라 범죄단체조직죄 및 활동죄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인정될 경우 가담 정도와 관계없이 조직원 전체가 형량의 가중 처벌을 받게 되며 이는 단순 사기죄보다 훨씬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여러 법조항이 경합하여 적용된다. 게다가 보이스피싱 범죄는 피해 금액이 크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죄질을 매우 나쁘게 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해외취업사기로 시작된 범죄 가담이라 할지라도 법원은 '미필적 고의' 여부를 엄격하게 따진다. 단순히 속아서 갔다는 주장만으로는 면죄부를 받기 어렵다. 일반적인 상식 수준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급여나 비공식적인 출국 경로, 그리고 현지에서의 비정상적인 업무 환경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탈출하려는 노력이나 신고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면 범죄의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내 송환 직후 이루어지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자신이 처했던 강압적인 환경과 탈출이 불가능했던 객관적인 상황을 논리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상 조직의 상부 직책이 아닌 하급 상담원이나 단순 가담자라 할지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빈번하므로, 가담 기간과 횟수, 범죄로 인해 얻은 실제 수익 등을 명확히 소명해야 한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기관은 송환된 피의자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와 메신저 대화 내용, 현지 숙소의 CCTV 영상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조직의 위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담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지인에게 구조 요청을 보낸 내역, 조직원들로부터 협박을 당한 정황, 업무 지시를 거부하다가 폭행을 당한 기록 등이 있다면 유리한 양형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반대로 고수익에 만족하며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거나 타인을 유인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가중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피해자들과의 합의 역시 형량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사건은 피해자가 다수이고 피해 금액이 분산되어 있어 개별적인 합의가 물리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형사 공탁 제도를 활용하거나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법무법인 YK 포항 분사무소 허세정 변호사는 "해외취업사기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게 된 경우 대다수의 피의자가 자신을 순수한 피해자로 인식하여 초기 수사에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해 진술하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하지만 법원은 가담 동기뿐만 아니라 범행 과정에서의 자율성 여부와 구체적인 행위 내용을 엄격히 심사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기반하여 자신의 책임 범위를 한정 짓고, 정상 참작 사유를 발굴하여 이를 재판부에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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