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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의 성공은 '판매'가 아니라 '정착'에 있다

김민혁 기자

입력 2026-05-08 09:26

아트페어의 성공은 '판매'가 아니라 '정착'에 있다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한국 아트페어는 르네상스의 초입에 서 있다. 동시에 군웅이 할거하던 춘추전국시대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지방정부마다 문화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아 아트페어 유치에 기대를 걸고 있고,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경제적 효과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한국예술가협회 이사장 금보성 박사의 진단이다.

서울과 부산,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면 지역에는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갤러리가 많지 않다. 대신 오랜 시간 활동해 온 미술 단체와 작가 공동체가 자리하고 있다. 드러나지 않지만 지역 미술을 지탱해 온 뿌리다.

문제는 외부 대형 아트페어가 진입할 때 발생한다. 기존 상권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구조와 유사하다. 새로운 자본과 유통 구조가 들어오면 지역 생태계는 흔들린다. 유통업이 지역 업체 참여 비율이나 지역 상품 입점 제도를 두는 이유다. 금 이사장은 아트페어 역시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역 아트페어가 성공하려면 지역 갤러리와 작가가 함께 살아야 한다. 외부 유명 갤러리를 대거 유치했다고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지역성과 연결되지 않은 아트페어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아트페어의 성공은 '판매'가 아니라 '정착'에 있다

각 부스마다 지역 작가를 함께 초대하는 구조가 중요한 이유다. 조직위원회는 지역 작가 리스트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전국에서 참여하는 갤러리와 연결해 지역 작가 특별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금 이사장은 이를 배려가 아니라 지역 문화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구조라고 강조한다.

원로 작가와 청년 작가를 위한 특별전도 필요하다. 원로 작가는 지역 미술의 역사와 정신을, 청년 작가는 미래 가능성을 상징한다. 둘이 빠진 아트페어는 소비 공간은 될 수 있어도 문화 플랫폼이 되기는 어렵다.

핵심은 '시간'이다. 아트페어는 하루아침에 성공하지 않는다. 최소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축적이 필요하다. 단순한 행사 운영의 시간이 아니라 신뢰의 시간이다. 관객은 반복된 경험 속에서 움직이고, 컬렉터는 신뢰를 보고 구매하며, 작가는 꾸준한 참여 속에서 시장과 관계를 만든다.

문화 대중화는 쉽지 않다. 미술은 가격 기준과 가치 판단이 명확하지 않은 시장이다. 같은 작품도 누군가에게는 감동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낯선 대상이 된다. 미술 시장이 단순 소비재 유통과 다른 이유다. 판매 이전에 신뢰와 관계, 경험의 축적이 먼저다.

아트페어 대구 역시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 있다. 관객 숫자만으로 성공을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안정성, 참여 작가들의 작품 수준, 그리고 지역과의 연결성이다.

전국을 순회하는 갤러리들도 쉽지 않은 환경에서 움직인다. 판매 부진으로 포기하는 곳도 있고, 작품성으로 거래가 성사되기도 한다. 관계와 네트워크를 통한 거래는 세계 어느 미술시장에나 있는 오래된 관행이지, 한국만의 특수성이 아니다.

아트페어의 성공은 '판매'가 아니라 '정착'에 있다

그래서 지역과의 상생이 더 중요하다. 외부 갤러리가 지역을 방문할 때 지역 작가를 함께 소개하고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금 이사장은 그것이 지역 미술인의 자존감을 지키고, 장기적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지역 아트페어의 진짜 경제 효과는 판매 금액에 있지 않다. 숙박, 음식, 교통, 관광, 인쇄, 설치, 운송, 공간 운영 등 도시 전체의 문화 소비를 끌어올리는 데 있다. 도시 이미지를 바꾸고 젊은 세대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문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더 큰 가치다.

문화는 바람처럼 존재한다. 그러나 그 바람을 한 지역에 머물게 하는 일은 어렵다. 문화는 새로운 듯하지만 결국 삶과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 그것이 문화의 본질이다.

지역 아트페어는 이제 판매 행사를 넘어서야 한다. 지역 갤러리와 작가, 문화단체와 시민, 지방정부와 시장이 함께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금보성 이사장의 진단처럼, 그때 비로소 아트페어는 전시장이 아니라 도시의 문화 생태계로 성장한다.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bp_kmh@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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