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불투명한 법적 지위 속에서 재산 분할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설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세월' 그 자체에 있다. 최근 사법부의 판결 흐름을 살펴보면 함께 산 기간을 단순한 숫자로 보지 않는다. 그 세월을 자산 형성에 기여한 정도를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잣대로 삼는 추세다. 이는 법원이 형식적인 입증 자료의 유무를 넘어, 실질적인 경제적 운명 공동체로서 자산의 가치를 유지하고 형성하는 데 투입된 배우자의 보이지 않는 헌신을 '시간의 축적'을 통해 인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단순한 동거와 사실혼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 역시 '상호 간의 경제적 부양과 협력의 지속성'에 있으며 이를 증명하는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지표가 바로 혼인 기간이다.
사실혼 재산분할에서 혼인 기간이 가지는 법리적 무게는 일방이 결혼 전부터 가졌던 '특유재산'이 어떻게 공동의 몫으로 전환되는지의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판례의 일관된 태도는 혼인 전부터 보유했던 재산이라 할지라도, 사실혼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대방의 내조나 경제적 활동이 해당 자산의 가치를 지키거나 키우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폭넓게 인정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가사 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저평가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법조계는 10년 이상의 장기 사실혼에 대해 배우자의 직접적인 소득 기여가 없더라도 40%에서 50%에 이르는 기여도를 인정하는 사례가 보편화되었다.
반면 혼인 기간이 1~2년 미만인 단기 사실혼의 경우, 법원은 자산 형성에 대한 기여보다 '원상회복'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분할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시기에는 각자가 가지고 온 재산을 그대로 들고 나가는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으며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명확하지 않다면 분할 자체가 기각될 위험도 크다. 따라서 본인의 기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함께 살았다'는 주장을 넘어, 그 기간 동안 가계 경제에 어떤 실질적인 보탬이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자산 유형에 따른 분할 전략 역시 이러한 논리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부동산의 경우 취득 시점과 사실혼 유지 기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시세 차익에 대한 기여를 논리적으로 연결해야 하며 분양권이나 재개발 입주권과 같이 미래 가치가 반영된 자산일수록 혼인 기간이 담보하는 '유지 및 협력'의 가치가 승소의 분수령이 된다. 실무적으로 가장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대목은 '상속이나 증여 받은 재산'이다. 원래는 분할 대상에서 빠지는 것이 원칙이나, 혼인 기간이 10년 이상 장기화될수록 배우자가 해당 재산의 가치 하락을 막았다는 논리가 힘을 얻어 분할 대상에 포함될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또한 퇴직금이나 연금처럼 나중에 받게 될 채권 역시 사실혼 기간에 비례하여 분할 범위를 확정 짓는 것이 실무상 관건이다. 예금이나 주식 같은 유동 자산은 사실혼이 깨지기 직전에 상대방이 몰래 빼돌릴 위험이 크므로 파탄 시점을 전후로 한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신속하게 파악하여 기간에 상응하는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
결국 사실혼 해소의 핵심은 축적된 시간이 어떻게 자산의 가치를 지키고 키워왔는지 법의 언어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법원은 증거 없이 주장만 늘어놓는 사람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오래 살았으니 당연히 내 몫이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는 소송에서 패배하는 지름길이다. 혼인 생활 중 발생한 공동 비용 지출 내역, 가계부, 자녀 양육에 들인 정성, 심지어 배우자의 사회 활동을 돕기 위해 본인의 경력을 포기한 기회비용까지도 모두 기여도를 증명하는 데이터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구체적인 기록들이 혼인 기간이라는 단단한 토대와 결합할 때 비로소 재산분할의 당위성이 완성된다.
로엘 법무법인 이원화 대표변호사는 사실혼 관계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확정 짓는 작업이 승패를 가르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이 변호사는 “사실혼재산분할과 같은 법적 분쟁에서 승소하려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려는 당사자의 의지와 치밀한 입증 전략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상대방의 개인 재산을 공동의 몫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혼인 기간이 단순한 동거를 넘어 경제적으로 끈끈하게 결합해온 과정임을 입증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bp_kmh@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