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위원회
ad
ad

logo

ad
ad

HOME  >  사회

배우자의 결혼 전 외도와 신분 위장, 과연 '혼인무효소송' 사유가 될까?

김민혁 기자

입력 2026-06-23 10:00

사진=이원화 변호사
사진=이원화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신혼여행 직후나 결혼 초기, 배우자가 결혼 전부터 다른 사람과 깊은 외도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신분·재산을 완전히 속인 ‘사기 결혼’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때 많은 피해자가 평생 흔적이 남는 이혼 대신 기록을 깨끗이 지우기 위한 혼인무효소송이 가능한지 문의한다. 하지만 법원이 결혼 자체를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혼인무효의 문턱은 상상 이상으로 높고 엄격하다.

혼인무효소송은 민법 제815조에 규정된 지극히 예외적인 사유가 존재할 때만 인용된다. 사법부가 판단하는 무효의 핵심 기준은 단순히 ‘결혼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가 아니라,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원천적으로 결여되었는가’이다.

혼인무효소송이 인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당사자 한쪽이 모르는 사이에 일방적으로 혼인신고가 접수된 경우다. 혼인의 외형(신고)만 존재할 뿐, 실제 부부로서 공동생활을 시작하겠다는 주관적·객관적 의사가 전혀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또한 오직 국내 체류 및 국적 취득만을 목적으로 가장혼인을 한 경우 역시 '진정한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보아 무효가 성립한다.

또한 대법원 판례는 사기나 기망으로 인해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지언정, 당사자가 직접 서류에 도장을 찍고 식장에 들어섰다면 '혼인을 하겠다는 의사 자체'는 존재했던 것으로 본다. 즉, 결혼 전 외도나 신분 위장은 혼인의사를 왜곡시킨 '하자 있는 의사표시'일 뿐, 의사 자체가 아예 없었던 '무효 사유'로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 확고한 법원의 시각이다.

그 외에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 이루어진 혼인이거나, 직계혈족·인척 관계 등 법률상 결합할 수 없는 혈연 관계 및 인적 관계에서 혼인신고가 완료된 특수한 경우에도 당연 무효 사유로 취급된다.

결국 배우자의 심각한 기망 행위를 겪은 사람이 오직 혼인무효소송만을 고집하는 것은 실무상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높다. 법원이 신분 관계의 안정을 해치지 않기 위해 무효 판결을 지극히 보수적으로 내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주위적 청구, 즉 1순위로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만약 무효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예비적 청구로 혼인취소소송이나 재판상 이혼을 함께 병합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민법 제816조의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혼인의사 표시'를 부수적 해결 방안으로 삼아야만 무효가 기각되더라도 상대방의 기망 행위를 법적으로 단죄하고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을 받아내는 실리적인 구제가 가능해진다. 이때 혼인취소는 사기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하므로 신속한 결정이 중요하다.

로엘 법무법인 이원화 대표변호사는 “결혼 초기 배우자의 외도나 거짓말을 맞닥뜨린 피해자들의 가장 큰 열망은 '내 인생에 이혼이라는 주홍글씨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마음은 깊이 공감하지만, 법정은 주관적 억울함만으로 혼인무효소송을 허락하지 않는다. 실무적으로 무효 사유가 아님을 인지하고 빠르게 대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bp_kmh@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