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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이후 불거진 준강제추행,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을 가르는 기준

김신 기자

입력 2026-07-07 11:20

로엘 법무법인 이태호 대표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이태호 대표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술자리를 가진 이후 예상치 못한 준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경우 피의자들은 대개 "상대방도 스킨십에 거부 의사가 없었고, 당시 분위기도 좋았다"며 억울 함을 호소한다. 강제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 는 것이다.

하지만 준강제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이 아닌,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재판 과정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분수령은 피해자가 당시 스 킨십의 의미를 인지하고 동의할 수 있는 상태였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실무적으로 가장 치열하 게 대립하는 개념이 바로 '블랙아웃(Black-out)'과 '패싱아웃(Passing-out)'이다. 이 두 상태를 가르 는 법리적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사법당국의 엄중한 판결을 피하기 어렵다.

우선 패싱아웃, 즉 심신상실 상태는 술에 만취하여 의식을 완전히 잃고 잠들거나 실신한 상태를 의미한다. 의사표시 능력 자체가 완전히 소실된 상태이므로, 이 상태에서의 스킨십은 피해자의 동 의가 불가능했다고 보아 예외 없이 준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

반면 블랙아웃은 알코올의 영향으로 단기 기억을 저장하는 뇌 기능에 일시적 오류가 생겨, 당시 에는 의식이 있고 정상적으로 대화나 행동을 했으나 다음 날 깨어났을 때 그 과정을 기억하지 못 하는 상태다. 원칙적으로 당시에는 의사능력이 있었으므로 블랙아웃 상태에서의 합의된 성적 접 촉은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실무적으로 이 두 상태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단둘이 있는 공간이었 는데 블랙아웃인지 패싱아웃인지 어떻게 증명하느냐"는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재판부 는 피해자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할 때, 그것이 일방적인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저항이 불 가능했던 패싱아웃 상태였는지 규명하기 위해 사건 전후의 객관적인 정황을 살펴보게 된다. 주관 적인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디지털 포렌식과 현장 데이터 등 다양한 정황 증거를 엮어 당시 상태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주요 판단 기준은 술자리를 나설 당시의 CCTV 영상 속 걸음걸이, 비틀거림의 정도, 타인의 부축 여부 등이다. 만약 피해자가 스스로 정상적인 보행을 했고 대중교통 카드를 스스로 찍었거나 목 적지를 정확히 말해 택시를 호출한 기록이 있다면, 법원은 패싱아웃이 아닌 '블랙아웃' 상태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반면, 사건 직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이나 전화 통화에서 사과한 기록이 있거 나 피해자가 만취해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 역이나 길거리 CCTV에 포착되었다면 법원 은 피고인이 상대방의 '항거불능 상태를 인지하고 이용했다'고 판단하여 준강제추행 유죄를 선고 한다.

준 강제추행은 강제추행과 동일하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다. 벌금형 이상의 처벌만 받더라도 신상정보 등록이나 취업 제한 등 보안처분이 병과 된다. 따라서 사건 초기 단계부터 당일 음주량, 시간 경과에 따른 알코올 분해 수치, 사건 전후의 이동 동선 및 대화 내역을 분석하여 당시 피해자가 '자발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외관'을 유지하고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도움말 로엘 법무법인 이태호 대표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bp_k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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