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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번역에 10년 걸렸다고?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8-05 06:42

사진출처=교수신문
사진출처=교수신문
러시아어와 슬라브어 문학을 전공한 김정아 박사는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 – 《죄와 벌》 《백치》 《악령》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을 완역해 얼마 전 합본으로 내놓았습니다. 중역이 아닌 직.완역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지만 네 편을 모두 번역하는데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오죽했으면 번역과는 별도로 《도스토옙스키 번역 일기》라는 단행본을 따로 썼을까요.

네 편 모두 ‘벽돌책’으로 불리는 유명한 고전이라 두께만 해도 2400여 페이지에 달하고 고급스러운 가죽 양장본으로 나처럼 책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장만 해도 폼 날 것 같은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 망설이는 중입니다.

이와는 별개로 출판계는 최근 AI 번역 논란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전자책 앱인 ‘책도둑’이 지난 해 말부터 저작권 기간이 만료된 외국 고전문학 730권을 번역해서 19,800원에 판매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문제는 AI를 이용해 번역했는데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비난 여론이 일자 ‘책도둑’은 지난 달 말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AI가 번역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적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그런데 문학계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문학작품도 AI 번역이 가능한가’라는. 많은 번역가들은 아직은 부정적으로 봅니다. 문학 변역은 문장을 단순히 일대 일로 번역하는 수준이 아니라 또 다른 창작의 영역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번역가에게 별도로 상을 주는 이유도 번역을 ‘창작 행위’로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창작의 영역마저 이미 AI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AI가 생성한 시와 인간이 쓴 시를 구별하지 못하고 사람들은 AI가 만든 시를 더 선호한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2024년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문학 번역도 성역이 아니어서 AI의 활용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은 미래 어느 순간이 되면 AI 번역이 더 좋다는 사람이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김정아 번역가가 10년이나 걸려 번역한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 정도는 몇 시간 만에 해치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혹 그런 시대가 된다 하더라도 인간은 여전히 읽고 쓰고 번역할 것입니다. 자동차가 있지만 사람들은 100m를 달리고 마라톤을 뜁니다. 피칭머신이 있어도 여전히 투수가 공을 던질 것입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인간이 했을 때 더 아름다운 것, 더 의미 있는 것이 있습니다. 공장에서 만든 공산품은 공산품대로, 인간이 손으로 만든 수공예품은 예술품으로 각자의 가치를 지니는 것처럼 AI 번역과 인간의 번역이 다른 대접을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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