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상적인 건 은퇴한 선수들이 후배들의 플레이에 감탄하면서 한 수 배우는 태도입니다. 스포츠 자체가 자연스럽게 학습과 훈련을 동반하지만 나이와 경험에서 한참 아래인 후배 팀에 패하면서 자기들의 약점을 확인하는 모습은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참모습을 보여줍니다.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나이로 서열을 나누는 게 익숙한 사회에서 관계의 각도를 조금만 바꿔도 새로운 기운이 만들어집니다. 그런 에너지의 변환은 어느 분야에서도 가능합니다. 바둑계의 거목 서봉수가 예전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도 인상적입니다. “나이 들면 순발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나는 늙었고 하수다. 선후배를 떠나 고수에게 배우는 게 당연하다. 후배에게 배우는 것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
은퇴 시기가 빨라지고 길어진 여생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는 이제 모두의 화두입니다. 몬스터즈와 서봉수 9단의 삶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해도 현역 시절에 간직했던 열정을 놓지 않는다면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습니다. 후배에게 기꺼이 배우겠다는 겸허함은 사회적 입지를 넓힐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영화 《자산어보》에서 보여 준 정약전과 창대의 만남이 모범답안입니다. 신유박해로 흑산도로 유배 간 정약전은 그곳에서 창대라는 젊은 어부와 친해집니다. 당대 최고의 학자 정약전은 창대에게 글을 가르치고, 평생 물고기를 잡으며 바다 지식을 축적한 창대로부터 바다 생물에 대해 배웁니다. 그 결과물이로 《자산어보》라는 매우 획기적인 어류도감이 탄생한 것입니다. 나이와 신분, 학력, 전문영역이라는 높고 견고한 장벽을 허물고 이뤄낸 성과입니다.
앞으로 은퇴 후의 삶은 점점 더 넓은 범위의 세대 사이에 다양한 관계의 기회를 열어 줄 것입니다.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면서 배움과 협업을 통해 의외의 부가가치가 만들어집니다. 그런 만남이라면 각자의 인생에 반짝이는 귀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