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14일 "유류분은 상속이 개시돼야 발생하는 권리여서 상속 개시 전에는 포기할 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피상속인 생전에 한 유류분 포기 약정은 효력이 없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라고 설명했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이 특정 상속인이나 제3자에게 재산을 증여하거나 유증했더라도 일정 범위를 상속인에게 보장하는 제도다.
현행 민법 제1112조는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유류분을 법정상속분의 2분의 1로 규정한다. 직계존속은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이다. 형제자매 유류분 규정은 2024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이후 삭제됐다.

상속과 관련한 권리는 피상속인이 사망해 상속이 개시된 뒤 발생한다. 상속 포기도 생전 각서만으로 할 수 없다. 상속 개시 뒤 법이 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부모가 생전에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다른 자녀에게 '유류분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도 그 문서만으로 향후 유류분 청구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법률 전문가의 설명이다.
공증 여부도 결론을 바꾸지 않는다. 공증은 해당 문서가 작성됐다는 사실이나 의사표시를 확인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법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시점에 작성된 약정을 유효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상속이 개시된 뒤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유류분권리자는 실제 권리가 발생한 이후 이를 행사할지 판단할 수 있다. 상속인 사이에 별도 합의를 통해 재산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류분 청구에는 기간 제한도 있다. 민법 제1117조는 상속 개시와 반환 대상인 증여·유증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안에 청구하도록 정하고 있다.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10년이 지나도 청구권은 소멸한다.
반환 방식도 바뀌었다. 2026년 3월17일부터 시행된 개정 민법 제1115조는 유류분이 부족한 경우 해당 부족액에 해당하는 재산의 가액 지급을 청구하도록 규정했다. 개정 규정은 2026년 3월17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과거처럼 증여받은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둘러싸고 다투기보다 부족한 유류분을 금전으로 정산하는 방식이 원칙이 됐다.
엄 변호사는 생전 각서를 받아둔 상속인도 각서만 믿고 재산관계가 정리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상속 개시 이후 실제 상속인 사이에서 권리관계를 다시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합의 내용을 서면으로 남기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유류분을 청구하려는 상속인 역시 생전 각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포기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증여 재산의 내역과 시점, 상속 당시 재산 상태 등을 확인한 뒤 행사 기간 안에 청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증여가 포함된 경우 등기부와 증여계약 관련 서류 등을 통해 재산 이전 시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제 유류분 산정에서는 누구에게 언제 재산이 이전됐는지가 반환 범위를 판단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
엄 변호사는 "유류분 분쟁 예방은 각서 한 장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라며 "재산을 물려주는 쪽은 유언과 증여의 시점·규모를 유류분까지 계산해 정하고, 상속이 개시된 뒤에는 상속인 사이의 합의를 서면으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류분 청구를 고민하는 쪽은 1년의 행사 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시점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균 기자 jklee.jay526@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