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증명은 특정한 내용의 문서를 언제 발송했는지를 남길 수 있는 수단이다. 상대방에게 계약 이행을 요구하거나 해제 의사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없던 해제권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결국 계약 내용과 채무불이행 여부, 해제 요건이 실제로 갖춰졌는지가 우선 검토돼야 한다.
민법상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한 뒤, 그 기간에도 이행하지 않을 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다만 상대방이 미리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경우 등에는 별도의 최고 없이 해제가 문제될 수도 있다.
가령 매수인이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도인이 곧바로 해제를 통보했다고 해서 언제나 계약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잔금 지급일이 실제로 도래했는지, 매도인 역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준비를 마쳤는지, 계약서에 별도의 해제 조건이나 특약이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상대방의 의무만 강조했다가 오히려 자신의 이행 준비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경우도 있다.
계약금 반환 분쟁도 마찬가지다. 단순 변심에 따른 계약 해제인지,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해제인지에 따라 계약금 처리와 손해배상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경우에도 원상회복과 손해배상 문제가 별도로 남을 수 있어 내용증명을 작성할 때부터 청구 근거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실무에서는 내용증명의 문구도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된다. 단순히 “계약을 해제한다”는 표현만 남기기보다 어떤 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는지, 언제까지 무엇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지, 불이행 시 계약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겠다는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이후 분쟁에서 당사자의 의사를 설명하기 수월하다.
부동산 분쟁을 검토하는 경우에도 계약서와 특약만 볼 것이 아니라 계약 과정에서 주고받은 문자·메신저, 계약금과 중도금·잔금의 자금 흐름, 등기부 상태, 내용증명의 발송 및 도달 여부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소송이 예상된다면 상대방과의 협의 과정이 삭제되거나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자료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용증명은 계약 해제의 의사를 남기는 중요한 자료이지만 발송 자체만으로 법률관계가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상 의무와 이행 여부, 최고 절차, 상대방의 귀책사유를 함께 확인해 해제 요건을 갖췄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계약 분쟁은 내용증명을 보냈는지보다 그 전에 해제권이 발생했는지, 상대방에게 어떤 의무를 요구했는지, 자신의 의무 이행 준비는 갖춰졌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여의도 부동산 사건에서도 계약서와 금융자료, 등기 관계, 당사자 간 연락 내용을 사건 초기부터 정리해 두고 실제 사실관계에 맞는 대응과 권리 보호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움말 법무법인 제현의 서가희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bp_ks@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