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18(목)

길은 꿈에서 꿈으로 이어진다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화제의 신간] 하재일 시집 "달마의 눈꺼풀"

하재일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달마의 눈꺼풀>을 통독한 독자들은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깊고도 독특한 시 세계와 만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시집 제목인 “달마의 눈꺼풀”에 대한 일화는 다음과 같다. 참선 중인 달마가 그만 잠이 들었는데, 잠에서 깨어난 그는 자신에게 화가 나서 자신의 눈꺼풀을 잘라 버렸다. 그런데 땅에 떨어진 눈꺼풀이 차나무로 자라났으며, 그 이후 선승들은 참선 중에 차를 마시며 졸음을 떨쳐 버리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달마는 왜 눈꺼풀을 잘라 버린 것일까? 그것은 언제나 뜬눈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아니겠는가. 깨어 있는 정신으로 살겠다는 의지. 하재일 시인은 이 일화를 가져와서 표제작을 썼고, 「시인의 말」에서도 이 일화를 활용하여 자신의 시 세계에 대해 응축적인 말을 남겨 놓았다.

“내가 스스로 베어 낸 눈꺼풀을/이제 아득한 별자리에 버리겠다”는 시인의 말. 시인에 따르면 그 “머나먼 우주”에 있는 “아득한 별자리”에는 ‘마이트레야(미륵)’ ‘혈액형’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한다.

먼 미래에서 도래할 부처인 미륵은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와 같은 존재 아닌가. 그러한 구원의 피가 흐르는 곳이 저 “머나먼 우주”의 “아득한 별자리”라고 한다면, 그 ‘별자리’는 시인의 마음속 우주에 있는 것이기도 할 터이다. 미륵의 세상이 도래하는 구원에 대한 시인의 희구가 시인의 마음속 우주에 미륵의 ‘별자리’를 형성했을 것이기에. 시인은 자신이 자른 ‘눈꺼풀’을 그 ‘별자리’에 버린다. 그곳에서는 달마의 차나무와 같은 ‘나무-시’가 자라날 터, 그 나무의 이파리(시편들)의 모음이 이 시집이겠다. (이상 이성혁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하재일 시인은 충청남도 보령에서 태어나 태안에서 자랐으며, 공주사범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4년 <불교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아름다운 그늘> <타타르의 칼> <코딩> <동네 한 바퀴> <달마의 눈꺼풀>, 청소년시집 <처음엔 삐딱하게>(공저) 등을 썼다. <달마의 눈꺼풀>은 하재일 시인의 일곱 번째 신작 시집이다.

news@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