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5.05(일)
사진=(좌) 법무법인 동광 최민형 변호사, (우) 법무법인 동광 류하선 변호사
사진=(좌) 법무법인 동광 최민형 변호사, (우) 법무법인 동광 류하선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혼인 관계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이혼’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 민법은 총 세 가지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혼인의 무효(제815조), 취소(제816조), 이혼(제834조 이하)이 그것이다.

세 가지 혼인해소 방법의 성립요건과 법적 효력은 상이하다. 법무법인 동광 최민형 변호사에 의하면 먼저 혼인 무효는 혼인의 취소나 이혼과 달리 혼인이라는 효력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하고 있다. 혼인이 성립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부정되므로 사실상 가장 강력한 혼인해소 방법이다. 이는 당사자 간에 혼인 합의가 없이 가장으로 혼인하였거나 근친혼인 경우 등에 성립한다.

한편, 혼인의 취소는 혼인 무효 사유보다는 상대적으로 가볍다. 최민형 변호사는 “혼인 취소는 혼인 무효와 달리 당사자들이 취소 청구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유효하다. 또한 혼인 적령기에 도달하지 않은 자의 혼인이거나 중혼 등일 때 혼인은 취소할 수 있다. 이외에도 혼인 이전에 발생한 사유로 혼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는데,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한 때나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했을 때 가능하다. 이혼은 혼인 이후에 발생한 사유로 인하여 혼인을 해소하는 가장 통상적인 절차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판례는 민법 제815조 제1호에서 혼인 무효 사유로 정한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 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를 뜻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한 40대 한국인 남편이 20살의 어린 베트남 국적의 신부에게 혼인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이러한 법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바 있다. 베트남 신부는 한국에 입국하여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가출하였는데, 원심은 신부가 단기간에 가출한 사정 등을 가지고 신부가 진정한 혼인 의사 없이 취업 등 다른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신부가 진정한 혼인 의사를 가지고 결혼하여 입국하였더라도 상호 애정과 신뢰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인 부적응, 배우자와 성격 차이 등으로 단기간에 혼인 관계의 지속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원심을 파기환송 했다.

법무법인 동광 류하선 변호사는 “혼인 무효는 강력한 혼인해소 방법인 만큼 혼인 의사의 합치 여부를 쉽게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위 사건의 경우 베트남 신부는 한국에서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고 입국했으나 남편이 운영하는 식당을 돕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남편의 전처 자식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또한 남편이 전처와의 이혼 사유가 가정폭력이었던 것을 알게 되어 불안감을 호소하다가 가출을 감행했던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류하선 변호사는 “이처럼 대법원은 혼인의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살펴보아 당사자들이 처음부터 혼인신고라는 부부로서의 외관만을 만들어 내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혼인 이후에도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없어지거나 혼인 관계의 지속을 포기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심리·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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