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24(수)
솜니엄 스페이스가 기획한 디지털 영생 서비스. 고인을 복제한 아바타들은 서로 교류하고 공연도 여는 등 실제 사람들처럼 살아간다. 〈사진=솜니엄 스페이스 공식 홈페이지〉
솜니엄 스페이스가 기획한 디지털 영생 서비스. 고인을 복제한 아바타들은 서로 교류하고 공연도 여는 등 실제 사람들처럼 살아간다. 〈사진=솜니엄 스페이스 공식 홈페이지〉
[비욘드포스트 김세혁 기자]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일명 ‘디지털 영생 서비스’가 IT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메타버스와 VR을 접목한 사이버 추모에서 한 걸음 나아가 고인을 복제한 아바타들이 새 삶을 영위하는 세상이 열린 셈이다.

체코 가상현실(VR) 솔루션 업체 솜니엄 스페이스(Somnium Space)는 VR 기술과 메타버스,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디지털 영생 서비스를 2년 전부터 준비 중이다.

실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이 회사의 디지털 영생 서비스는 가상공간과 현실을 합친 메타버스 속에서 아바타화한 고인들이 영원히 살아가는 새로운 세상을 지향한다.

디지털 영생 서비스는 고인의 생전 모든 것을 학습한 아바타가 핵심이다. VR로 창조한 아바타들은 딥러닝 등 AI의 학습능력을 빌려 고인의 모든 것을 흡수한다.

솜니엄 스페이스 관계자는 “고인의 생전 외모와 목소리, 인격까지 흡사한 디지털 아바타를 현재 기술로 얼마든 만들 수 있다”며 “사람이 죽으면 앞으로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일종의 영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영생 서비스를 기획한 건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아르투 사이초프다. 5년 전 부친이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자 어린 손자들이 할아버지와 추억을 쌓지 못한다는 생각에 문득 슬퍼졌다. 부친이 죽더라도 아이들에게 할아버지와 추억을 남길 방법을 연구한 끝에 내놓은 것이 디지털 영생 서비스다.

‘리브 포에버(Live Forever)’라는 자체 기술을 사용하는 솜니엄 스페이스의 아바타들은 고인의 동작과 대화를 빠른 속도로 데이터화한다. 아바타들은 서비스 대상이 죽은 후에도 학습된 내용을 토대로 생전과 변함없이 생활한다. 메타버스 속에서 살아가기에 가족이나 지인들이 언제든 고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고인끼리 메타버스 안에서 교류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솜니엄 스페이스의 최종 목표는 사람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정교한 아바타다. 티가 많이 나는 외형 등 아직 손볼 부분이 남았지만 2030년경에는 한 사람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대로 복제한 아바타를 만들 것으로 회사는 자신했다.

첨단 기술을 통해 망자와 소통하고 나아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려는 이런 활동은 솜니엄 스페이스만 하는 게 아니다. 장례의 선진화를 고민 중인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VR과 메타버스, AI를 활용한 친환경 장례부터 사이버 추모, 영생 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사람뿐 아니라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을 아바타로 되살리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수천만 원을 들여 죽은 반려동물을 복제하는 시도는 이미 옛말이 됐다. 아르투 CEO는 “최근의 VR 기술은 사람이나 동물의 움직임을 5분만 학습하면 500명 중 1명을 95%의 정확도로 알아낼 수 있는 단계까지 발달했다”며 “향후 VR용 전신 햅틱 슈트를 제작해 사람들이 아바타와 실제 접촉하는 듯 실감나는 가상세계도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영생 서비스 실현에 앞서 해결할 문제도 있다. 고인의 개인정보는 물론 일거수일투족을 복제하는 것이 적법한지 따질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종교계 등 고인을 사실상 되살리는 것으로 보는 쪽에서는 적잖은 반발도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챗봇과 마찬가지로 정보 유출이나 윤리에 관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zaragd@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