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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종교적 다이어트

입력 2025-12-26 08:11

[신형범의 千글자]...종교적 다이어트
매년 그랬던 것처럼 크리스마스 이브는 교회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전에는 가족들과 성탄 예배를 드렸습니다. 신앙이 깊진 않은데 오랫동안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 보니 이제는 오래 신어 편안한 구두처럼 익숙하고 뭘 특별히 하지 않아도 그 안에 있으면 포근하고 보호받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세상은 기독교를 포함해 많은 종교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알 수 없는 것들과 불확실한 현상들을 하나둘씩 과학이 밝혀내고 데이터와 확실한 근거에 기반한 믿음 때문에 종교는 점점 권위를 잃고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물론 다른 더 큰 이유도 있지만)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학교 종교학 교수는 최근 저널에서 ‘종교적 다이어트’라는 개념을 주장했습니다. 종교가 지향해야 할 참된 구원과 깨달음의 길을 외면하고 현대인의 세속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현상이라는 게 개념의 핵심입니다.

즉, 자기가 원하는 부분만 취하고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운 부분은 거부하는 피상적인 신앙태도를 뜻합니다. 예를 들면 종교의 축복이나 위로, 현세적 기적은 받아들이면서 희생, 윤리적 책임, 자기성찰은 회피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신도수, 직분, 헌금액수 같은 정량화할 수 있는 표면적인 것에 집중합니다. 결국 잠깐의 심리적 위안은 주지만 본질적인 영적 성숙, 참된 깨달음은 종교를 통해서 얻지 못합니다. 종교를 마치 잘 먹고 잘사는 법, 성공을 보장하는 보험처럼 홍보하는 것이지요.

신자들은 종교를 통해 재물과 건강, 입시성공, 출세 등 현세적인 이익을 얻으려고만 하고 목회자나 성직자는 이런 세속적 욕망을 부추기는 메시지만 전달합니다. 종교 본연의 가치인 가난한 자, 약한 자에 대한 헌신이라는 윤리적 메시지는 사라졌습니다. 한마디로 물신주의를 조장하며 축복 장사하는 겁니다. 복잡한 교리, 깊은 수행, 끊임없는 자기성찰은 외면하고 단맛만 취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신앙은 깊이를 잃고 삶은 공허함을 느끼게 됩니다. 또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질문과 고통에 대한 답을 얻는 데도 실패할 것입니다. 결국 신앙생활은 개인의 심리적 안위에 국한하게 되고 이웃과 사회에 대한 윤리적 실천과 책임은 종교적 의무에서 배제됩니다. 따라서 ‘종교적 다이어트’는 현대사회가 종교 스스로 세속화의 유혹에 빠져 본질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누군가의 이런 기도를 떠올렸습니다.

“힘을 달라고 기도했더니 하나님은 나를 강하게 만들 어려움을 주셨다.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더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주셨다. 용기를 구했더니 극복해야 할 위험을 주셨다. 사랑을 구했더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내주셨다. 구하는 건 하나도 주시지 않은 것 같은데 내 기도는 모두 응답받았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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