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26(금)

성추행 피해 후, 지난해 3월 극단적 선택
'신고 말라' 등 회유, 2차 가해 등 시달려 유족들 분통
동료가 피해 사실 알고 있다고 여기는 등
심리적 압박 느끼다가 극단적 선택으로
軍 내부 은폐 넘어 외부 여론전까지 펼쳐

[비욘드포스트 김형운 기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끝내고 13일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성추행 피해를 당한 현역 공군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논란이 된 이번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군사법원법 개정과 군인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마련 등으로 이어졌다.

이날 특검은 전 실장 등 장교 5명과 군무원 1명과 성추행 가해자 장 모 중사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어 이른바 '전익수 녹취록'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 변호사를 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특검팀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출범 후 100일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특검팀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출범 후 100일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이 중사는 지난해 3월2일 장 중사에게 회식 후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고 3개월 뒤인 5월22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후 '사랑하는 제 딸 공군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며 이 중사 아버지가 올린 국민청원 글이 하루 만에 약 30만명의 동의를 받는 등 수면 위로 떠오르며 본격적인 진상규명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공군 내 사건 축소 및 은폐하려는 시도,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이 중사가 근무한 서산 20전투비행단(20비) 소속 노모 준위나 고(故) 노모 상사는 해당 사건 직후 이 중사가 신고를 하자 사건을 즉각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신고하지 말라'고 이 중사를 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사는 노 상사 면담 후 휴대전화 메모에 '조직이 날 버렸다, 내가 왜 가해자가 되는지 모르겠다, 살 이유가 없다'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고, 노 준위 면담 후에는 '노 상사와 똑같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당시 남자친구(현 남편)에게 보냈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 시기 20비 대대장 A(44)씨도 이 중사에 대한 회유 및 사건 은폐 등 시도를 알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장 중사와 이 중사 분리가 시급함에도 장 중사 파견을 지난해 3월17일까지 미뤘다는 혐의도 받는다. 특검은 장 중사가 범행 직후 다른 부대로 파견되기 전까지 부대 내에서 '이 중사에게 거짓으로 고소당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짚었다.

이 중사는 장 중사가 지난해 4월7일 공군 군사경찰에서 군 검찰로 송치된 뒤에도, 성고충 상담관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이 중사는 지난해 4월19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서산시 성폭력 상담소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이 중사는 지난해 5월18일 성남 15전투비행단으로 소속을 옮긴 뒤 얼마 되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이 중사는 국선변호인 변경 등으로 군검찰 조사 일정이 연기되고 이동한 부대의 동료가 피해 사실을 아는 것처럼 보이자 심리적 압박을 느낀 것으로 분석됐다.

공군은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 원인을 '부부 문제'로 왜곡하려 한 정황도 나왔다. 특검은 공군본부 공보담당 장교가 지난해 공군본부를 향한 비난 여론을 반전 시킬 의도로 이 중사와 남편 사이의 문제가 있었다는 허위사실을 친한 기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봤다. 내부 은폐 등을 넘어 외부 여론전까지 펼친 셈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는 검찰단 및 특임군검사를 통해 120일 동안 관련 수사를 진행해 15명을 기소(구속 3명, 불구속 12명)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요구가 이어지면서, 국회는 지난 4월15일 이예람 특검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 6월5일부터 100일간 수사를 진행한 특검팀은 이날 8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이 중사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군 내 성폭력 사건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해 8월31일에는 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군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와 사망 사건 등을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법원에서 재판하도록 하는 내용이 뼈대다.

지난해 12월에는 군 내 성추행 사건 수사 관행을 바꾸기 위한 규정도 마련됐다. 여기에는 성폭력 범죄 발생 시 각급 부대의 장이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등 보호조치를 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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