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후, 지난해 3월 극단적 선택 '신고 말라' 등 회유, 2차 가해 등 시달려 유족들 분통 동료가 피해 사실 알고 있다고 여기는 등 심리적 압박 느끼다가 극단적 선택으로 軍 내부 은폐 넘어 외부 여론전까지 펼쳐
[비욘드포스트 김형운 기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끝내고 13일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성추행 피해를 당한 현역 공군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논란이 된 이번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군사법원법 개정과 군인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마련 등으로 이어졌다.
이날 특검은 전 실장 등 장교 5명과 군무원 1명과 성추행 가해자 장 모 중사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어 이른바 '전익수 녹취록'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 변호사를 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이 중사는 지난해 3월2일 장 중사에게 회식 후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고 3개월 뒤인 5월22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후 '사랑하는 제 딸 공군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며 이 중사 아버지가 올린 국민청원 글이 하루 만에 약 30만명의 동의를 받는 등 수면 위로 떠오르며 본격적인 진상규명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공군 내 사건 축소 및 은폐하려는 시도,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이 중사가 근무한 서산 20전투비행단(20비) 소속 노모 준위나 고(故) 노모 상사는 해당 사건 직후 이 중사가 신고를 하자 사건을 즉각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신고하지 말라'고 이 중사를 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사는 노 상사 면담 후 휴대전화 메모에 '조직이 날 버렸다, 내가 왜 가해자가 되는지 모르겠다, 살 이유가 없다'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고, 노 준위 면담 후에는 '노 상사와 똑같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당시 남자친구(현 남편)에게 보냈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 시기 20비 대대장 A(44)씨도 이 중사에 대한 회유 및 사건 은폐 등 시도를 알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장 중사와 이 중사 분리가 시급함에도 장 중사 파견을 지난해 3월17일까지 미뤘다는 혐의도 받는다. 특검은 장 중사가 범행 직후 다른 부대로 파견되기 전까지 부대 내에서 '이 중사에게 거짓으로 고소당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짚었다.
이 중사는 장 중사가 지난해 4월7일 공군 군사경찰에서 군 검찰로 송치된 뒤에도, 성고충 상담관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이 중사는 지난해 4월19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서산시 성폭력 상담소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이 중사는 지난해 5월18일 성남 15전투비행단으로 소속을 옮긴 뒤 얼마 되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이 중사는 국선변호인 변경 등으로 군검찰 조사 일정이 연기되고 이동한 부대의 동료가 피해 사실을 아는 것처럼 보이자 심리적 압박을 느낀 것으로 분석됐다.
공군은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 원인을 '부부 문제'로 왜곡하려 한 정황도 나왔다. 특검은 공군본부 공보담당 장교가 지난해 공군본부를 향한 비난 여론을 반전 시킬 의도로 이 중사와 남편 사이의 문제가 있었다는 허위사실을 친한 기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봤다. 내부 은폐 등을 넘어 외부 여론전까지 펼친 셈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는 검찰단 및 특임군검사를 통해 120일 동안 관련 수사를 진행해 15명을 기소(구속 3명, 불구속 12명)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요구가 이어지면서, 국회는 지난 4월15일 이예람 특검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 6월5일부터 100일간 수사를 진행한 특검팀은 이날 8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이 중사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군 내 성폭력 사건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해 8월31일에는 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군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와 사망 사건 등을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법원에서 재판하도록 하는 내용이 뼈대다.
지난해 12월에는 군 내 성추행 사건 수사 관행을 바꾸기 위한 규정도 마련됐다. 여기에는 성폭력 범죄 발생 시 각급 부대의 장이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등 보호조치를 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