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체코 벨기에 등 맥주가 유명한 나라는 여럿 있지만 1인당 소비량이나 양조장 수로는 독일이 단연 일등입니다. 독일의 맥주 양조장 수는 1300개가 넘는데 이 중 절반 정도가 남부 바이에른주에 있습니다. 이 지역 사람들의 맥주 사랑은 유별난데 이들이 맥주 마시기 가장 좋은 곳으로 꼽는 장소는 술집이나 호프집이 아닙니다. 바로 비어가르텐(biergarten)이라고 불리는 야외 공간입니다.
도심이지만 숲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비어가르텐은 냉장시설이 없던 19세기 초부터 시작됐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 긴 테이블을 놓고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는 것에서 유래를 찾습니다. 무뚝뚝하고 유머감각 없기로 유명한 독일인들도 비어가르텐 만큼은 ‘천국과 지상 사이의 공간’이라고 은유할 정도로 사랑하는 공간입니다.
지난 21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가 시작됐습니다. 9월15일 이후 첫 토요일부터 10월 첫째 주 일요일까지 열리는 맥주 축제인데 정작 독일 사람들은 시큰둥합니다.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행사보다는 각자 단골 비어가르텐에서 마시는 게 훨씬 익숙하고 마음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독일에 옥토버페스트가 있다면 네덜란드엔 ‘3 Oktober Feest’가 있습니다. 옥토버페스트처럼 크고 유명하진 않아도 16세기 스페인이 침공해 점령하고 있던 라이덴(Leiden)시의 해방을 기념하기 위해 10월 3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여는 아주 오래된 축제입니다.
사진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찍었습니다. 맥주나 페스티발과는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평화로운 풀밭인데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나는 맥주 축제가 떠올랐습니다. 암스테르담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이네켄 맥주박물관이 있긴 하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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