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기계의 시간, 사람의 시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1160814140734546a9e4dd7f220867377.jpg&nmt=30)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시성비’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30대 초반의 한 직장인의 출근길을 상상해 봅니다. 지하철 이동시간 40분 동안 뉴스레터 한두 개를 훑어봅니다. 그리고 30분짜리 경제 팟캐스트를 2배속으로 듣고 TED에서 자기계발 강의(20분)를 1.5배속으로 시청합니다. 정보 ROI(투자 대비 수익률)가 높아진 것 같아 뿌듯해합니다.
요즘 MZ들은 이런 경우 시간 대비 성능 즉 ‘시성비’가 좋다고 말합니다. ‘가성비’처럼 ‘시성비’가 이들에겐 일상 언어가 돼버렸습니다. 빨리 듣기, 빨리 읽기, 빨리 보기가 기본입니다. 드라마와 영화는 결말을 포함해 ‘30분 요약’으로, 책 한 권은 ‘핵심 정리’로, 논문은 인공지능(AI)에 요약해 달라고 ‘명령’합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연구는 그렇게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학생들 두 그룹에게 강의 영상을 각각 정상속도와 1.5배속으로 보여준 후 시험을 봤는데 1.5배속으로 시청한 학생 그룹의 점수가 확연히 낮았습니다. 속도가 빠르면 의미를 새기고 연결하는 데 필요한 숨을 고르는 시간이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결국 정보의 이해와 기억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복잡하고 새로운 내용일수록 빠른 재생은 뇌의 부하를 높여 이해력을 떨어뜨리고 지루한 장면을 건너뛰는 시청은 만족도와 몰입감에 지장을 준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시간을 아끼고 지루함을 피하기 위한 효율적인 선택이 오히려 경험의 질을 떨어뜨리고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게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빠르게 소비하는 습관이 사람을 더 조급하게, 그리고 더 쉽게 지루함을 느끼게 만듭니다. 결국 주의력이 흩어지면서 경험도 일상도 파편화됩니다.
초고속시대에 역설적으로 속도를 조금 늦추면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극장에서 꼼짝 않고 집중해서 영화를 보면 배우의 눈빛, 카메라의 이동, 장면 전환의 포즈, 음악의 여운, 이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것처럼 책 한 권 들고 카페에서 두 시간 동안 읽어 보고 드라마 한 편을 끝까지 제대로 보고 산책하면서 팟캐스트를 정상속도로 들어 보면 컨텐츠 사이사이의 여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적게, 느리게 소비하는 것이 많이 제대로 하는 경험입니다. 느린 리듬 속에서 생각이 자라고 감정이 숨을 쉽니다. 2배속은 디지털의, 기계의 시간이고 정상속도는 아날로그의, 사람의 시간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