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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계단과 권력

입력 2025-07-21 08:01

[신형범의 포토에세이]...계단과 권력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아카데미상을 안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지하와 반지하, 지상을 감각적으로 구현해 현대사회의 경제적 계층과 위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공간의 위치에너지 차이 때문에 관객은 등장인물의 빈부차를 무의식적으로 느낀다는 거지요. 각 공간들을 연결하는 수단이 바로 계단인데 봉 감독은 이 영화를 스스로 ‘계단 영화(Staircase movie)’로 부를 정도로 계단의 상징성은 큽니다.

옛날부터 권력을 가진 사람은 높은 곳을 좋아했습니다. 높이 오를수록 신과 가까워진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높은 곳에서는 다른 사람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자신을 가능한 적게 노출시키면서 자기는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감시할 수 있습니다. 반면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은 높은 데 위치한 사람을 자세히 볼 수 없습니다. 굳이 보려면 우러러봐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높은사람’이 되려고 하고 동경합니다.

그런데 그 ‘높은 곳’으로 가려면 특별한 장치가 필요한데 바로 계단입니다. 지상에서 높이 오르려면 중력을 거슬러야 합니다. 계단은 중력을 극복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고 유용한 발명품입니다. 물론 엘리베이터가 훨씬 효율적이지만 그 쓰임의 다양성과 이미지의 상징성에 있어서는 계단에 미치지 못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유럽의 그리스부터 동양의 중국, 남미의 마야 잉카문명까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수천 년 동안 계단 한 단의 높이는 대략 18cm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인체의 특징과 관련 있는데 직립보행하는 인간이 골반과 무릎, 발의 관절을 이용해 다른 높이의 공간으로 이동하려면 이 정도 높이가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인간의 크기나 모양에 획기적으로 변이가 일어나지 않는 한 계단의 모양과 크기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계단이 권력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지형을 극복하기 위에 만들어진 경우가 더 많다는 겁니다. 산악이 많은 지형에서는 건축물을 아무리 높이 지어봐야 산보다 높을 수 없고 농업국가니까 주거지 역시 평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계단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이집트나 그리스처럼 평지의 그것보다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렇더라도 계단은 권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장치이고 계단을 장악한 자가 권력을 쥐었습니다.

그런데 계단은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가 훨씬 위험합니다. 올라갈 때는 손잡아주는 지지자, 이해관계자들이 다 힘을 보태지만 내려올 때는 거의 혼자입니다. 또 스스로 내려오기보다 끌려 내려오는 게 대부분입니다. 권좌에 오를 때는 레드카펫이 깔려 있지만 내려올 땐 돌계단보다 차갑습니다. 정상에 서 있는 시간은 찰나인데 하강의 나락은 그 끝을 알 수도 없고 고통 또한 극심합니다. 그러니 언제나 올라갈 때는 내려올 때를 생각해야 합니다. Watch your step!!!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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