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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성격유형 테스트가 뭐라고

입력 2025-08-06 08:11

[신형범의 千글자]...성격유형 테스트가 뭐라고
이제는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성격유형 검사에 따르면 나는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감정표현이 서툴러 주변 사람들과 관계 맺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팀을 이루기보다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하고 자신감이 높아 자기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얕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체로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선뜻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유형별로 성격을 분류한 MBTI, 성별 호르몬에 따라 성향을 나눈 에겐.테토 테스트, 친밀한 관계에서 감정반응과 행동패턴을 유형화한 애착유형검사 이 밖에도 초민감자(HSP)테스트,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진단, 빅5 성격검사 등 ‘나를 해석’해 준다는 테스트가 인터넷에 넘쳐납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들 테스트 결과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현상은 세계적으로 드문 케이스라고 합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MBTI’ 검색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나라가 한국입니다. 2위 일본보다 무려 두 배가 넘습니다.

한국인은 왜 이런 진단컨텐츠에 열광할까요. 그 배경에는 사회적.문화적 구조가 복합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한국은 고맥락문화(high context culture)에 속하는 사회입니다. 명시적 표현보다는 눈치와 분위기, 암묵적인 관계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는 뜻입니다. 이런 사회는 실제 일상에서 자신을 직접 설명하거나 드러내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성격이나 기질을 나타내는 객관적 지표 같은 ‘설명서’가 있으면 편리합니다. 자기를 말로 설명하려면 쑥스럽고 어색하지만 MBTI 같은 걸로 대변하면 마치 객관적인 것처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거지요.

불확실한 미래, 만성적인 불안, 심리적 피로감도 진단컨텐츠에 빠져들게 하는 요인입니다. 불확실성이 큰 시대와 사회에선 나를 설명해줄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한데 진단컨텐츠는 그런 욕망을 겨냥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진단 결과라도 모종의 자기확신을 갖게 됩니다. 예전에는 부모, 선배, 선생님 같은 조언해주고 위로해주는 어른이 있었는데 이젠 그 역할을 진단테스트가 대신하는 겁니다. 또 복잡한 감정과 행동을 구조화 하는 자기이해의 도구로도 쓰입니다. 문턱이 높은 상담센터나 정신과병원과 달리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 컴퓨터만 있으면 접할 수 있습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접하는 진단컨텐츠 대부분이 비과학적이며 공신력 없는 간이 테스트입니다. 학술적 이론을 기초로 했다고 하더라도 정식 검사도구를 축약하거나 임의로 변형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개인의 정체성과 인간관계를 규정짓는 ‘제법 믿음직한’ 도구로 이용되는 게 현실입니다.

심각한 문제는 진단컨텐츠가 자기이해의 수준을 넘어 병리진단으로까지 확장되는 경우입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 반사회성 인격장애 같은 정신의학적 용어들이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같은 대중적 명칭과 함께 자의적으로 소비돼 자신에 대한 단정과 타인을 향한 낙인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자기진단으로 병리를 단정한다면 자기인식과 인간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다고 줄기차게 경고합니다. 재미와 호기심 정도로 즐기고 참고자료로만 이용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충고하는데도 현실은 그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 전문가 얘기 잘 안 듣잖아요?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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