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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결혼식 다녀왔습니다

입력 2025-08-05 08:06

[신형범의 千글자]...결혼식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말, 큰집 조카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요즘은 정해진 ‘혼기’라는 게 없다지만 아들이 나이가 찼는데도 짝을 찾지 못해 사촌형님 내외는 그동안 속을 좀 끓이셨습니다. 늦게라도 가정을 이루게 됐으니 날씨는 찜통 같지만 진심으로 축복하는 마음을 담아 우리집 네 식구 모두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결혼식 시간이 토요일 오후 3시. 내가 사는 김포에서 주말 교통지옥을 뚫고 강남까지 오가려면 앞뒤로 다른 일정을 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온전히 하루를 버려야 합니다. 고민되는 점은 또 있습니다. 시간이 어중간해서 점심을 먹고 가나, 굶고 가서 먹나.

들어보니 요즘은 예식장 잡는 게 전쟁이라고 합니다. 성수기에 유명 예식장 토요일 점심시간대는 2년 전에 이미 꽉 찼다고 합니다. 신랑신부가 부모님 상견례 전에 예식장부터 잡는 게 순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택일은 점쟁이가 아니라 예식장이 한다는 말도 과장이 아닙니다. 그러니 급하게 잡은 결혼식은 시간이 애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랑신부를 탓할 일도 못됩니다.

사회를 맡은 이가 ‘오늘 특별히 주례 없는 결혼식’이라고 안내 멘트를 했지만 요즘은 주례가 있는 게 오히려 ‘특별한’ 경우입니다. 요즘 결혼식은 예식 25분, 촬영 25분이 기본 구성입니다. 빠듯한 시간에 감동과 효율을 모두 담으려면 제일 지루한 순서부터 빼게 되는데 주례사가 일순위가 된 것입니다.

문득 든 생각, 그 많던 주례사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한때 결혼식의 중심엔 주례와 주례사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대학교수 사장님 국회의원 지역유지 등 명망 있는 나이 지긋한 남자가 “가정을 이루는 건 인륜지대사...” 어쩌고 하는 훈화조의 말에서 재미와 감동을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주례사가 끝나면 내용이 아니라 지루한 주례사가 끝난 것에 대한 안심의 표현으로 박수를 치곤 했었습니다.

애초에 주례는 유명인사가 맡기에 적합한 역할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모범적인 주례사처럼 모두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꾸렸을까요. 사회적 성취를 위해선 사랑을 나누고, 그 약속을 지키고, 가정을 돌보는 일을 뒤로 미루는 게 너무나 당연한 세상을 살았던 분들입니다.

결혼식도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례 없이 결혼하는 시대를 산다는 건 더 이상 축복을 내려주는 주변 어른의 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의 권위에 기대어 맺는 약속보다 주인공들이 각자의 말로 시작하는 서약을 더 존중하게 됐다는 의미라면 나는 이쪽에 한 표 던지겠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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