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알-코레일 통합 논의 재점화
경쟁 약화·소비자 피해 우려 커져

18일 철도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공공기관의 융자 운영 효율화를 언급하며, 통폐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되다 무산된 에스알과 코레일의 통합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양 기관의 통합을 주장하는 측은 운행편 확대로 코레일의 재정 건전성 강화, 중복 비용 절감, KTX 요금 인하 등을 주요 근거로 든다. 코레일은 최근 통합 시 연간 약 1900억원의 매출 증가와 5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KTX 요금을 SRT 수준으로 인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SRT 요금은 KTX보다 약 10% 저렴하다.
반면, 반대 측은 통합이 가져올 철도 서비스 독점화, 소비자 선택권 축소, 철도 노조 영향력 강화 등의 문제를 지적한다. 실제로 에스알은 2016년 고속열차 SRT 운행을 시작한 이후 코레일에 여러 서비스 개선을 유도한 바 있다. 당시 코레일은 폐지했던 KTX 마일리지 제도를 재도입하고, 승객 불만이 컸던 기차 내 콘센트 설치도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없었다면 이런 변화는 없었을 것"이라며 "에스알의 등장이 코레일의 고객 중심 서비스를 자극했다"고 밝혔다.
또한 에스알은 고속철도 운송수입의 50%를 국가철도공단에 선로 사용료로 지불하고 있다. 이는 코레일(34%)보다 16%p(포인트) 높고, 해외 주요 고속철도 운영국들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3년까지 에스알이 공단에 납부한 선로 사용료는 총 2조 590억원이다. 에스알이 고속철도 건설부채와 이자 상환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철도 인프라 확충을 위한 선순환 구조 마련에 기여하고 있다.
에스알 출범 이전 공단은 고속철도 건설부채 이자도 충당하기 어려웠지만 에스알 출범 이후 이자는 물론 부채 원금도 상환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와 달리 코레일은 선로 사용료 부담은 적으면서도 공단으로부터 이보다 더 많은 유지보수 비용을 받아, 사실상 구조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업계에서는 코레일의 '요금 인하'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요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온 코레일이 통합 후 가격을 낮추겠다는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며 "통합은 결국 경쟁 없는 독점 체제로의 회귀이며, 소비자의 선택권만 축소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새롭게 취임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에스알과 코레일의 통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김 장관은 서비스 품질 향상과 국민 편의 증진을 우선하며, 양 기관 간 '교차 운행' 같은 서비스 통합 시범사업을 통해 철도 운영 체제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차 운행이 도입되면 KTX는 에스알이 사용하는 수서역을, SRT는 코레일의 서울역과 용산역 선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최진석 철도경제연구소 소장은 "교차 운행이 시범 적용될 경우, 코레일이 오히려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서고속철도는 선로 사용료가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지금처럼 낮은 비용 구조에 익숙한 코레일이 이를 수용할지는 의문"이라며 "교차 운행이 가능하려면 양사 간 비용 조건이 같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레일이 통합을 통해 열차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최 소장은 "차량 수는 그대로인데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통합의 정당성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신용승 기자 credit_v@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