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글에 진심이 사라지는 시대](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8270824220800246a9e4dd7f220867377.jpg&nmt=30)
요즘 학생들이나 신입사원(경력 이직자도 마찬가지입니다)의 글과 논문, 자기소개서를 보면 더 이상 손볼 데 없이 매끈해진 것을 느낍니다. 사람들의 글쓰기 실력이 향상된 결과라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짐작하듯이 AI의 도움을 받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게 글쓰기와 관련한 AI가 가진 결정적인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쓴 글과 생각의 결점을 지적 받고 깨달으면서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거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쓰지도 않은 결함 없는 글에서 피드백도 받지 않고 무엇을 깨닫고 배우는 건 무엇일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실패와 반복 없이는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AI글쓰기를 교육과정에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개입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엄격하게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은 이미 AI를 적발하고 걸러내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전면적 금지가 과연 가능할지, 또 바람직한지도 의문입니다. 어차피 앞으로 세상은 AI의 도움이 일상화될 텐데 ‘제대로’ ‘잘’ 쓰도록 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다만 ‘제대로’ ‘잘’이라는 게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만.
더 큰 문제는 글쓰기가 사유와 소통의 과정이라는 게 무시된다는 점입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다른 이를 설득할 것인가, 또 타인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비판하고 반박할 것인가, 하는 일련의 과정이 생략되거나 간과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글쓰기를 AI에 주문한다는 건 이 사유와 소통 과정의 상당 부분을 외주화한다는 의미이며 이건 사유의 실종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얻은 결론에 대해 ‘진심’이라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어떤 가치와 과정을 통해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말하는 대신 결론을 정당화하는 파편적인 증거들만 나열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진심을 다해 쓰지 않게 되고 읽지 않거나 읽어도 건성으로 읽게 됩니다.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상호작용이며 진심과 설득과 숙고를 나누는 수단입니다. 또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나아질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글은 완벽한 글이 아니라 어딘가 흠결을 지닌,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에 있는 글이라고 봅니다. AI가 글을 써주는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건 내 생각을 정직하게 표현하고 텍스트로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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