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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도서관에서 민주주의를 만나다

입력 2025-08-26 08:15

[신형범의 千글자]...도서관에서 민주주의를 만나다
자동차로 10분 남짓이면 이용할 수 있는 집 근처 도서관이 몇 군데 있습니다. 도서관 이용 경험이 없는 사람은 왜 도서관을 여러 군데 다니냐고 의아해 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도서관마다 쉬는 요일이 다르고 또 소장하고 있는 책과 자료가 동일하지 않으며 입지 환경과 도서관마다 갖고 있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참고할 자료가 많아서 마음 편하게 검색할 수 있는 도서관이 있는가 하면 인터넷 환경과 공부할 수 있는 좌석이 편리한 도서관도 있습니다. 당장 찾아야 할 자료가 있거나 집에서 가깝고 주차하기 좋거나 오랜 시간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는 등 그날의 조건에 따라 그에 맞는 도서관으로 갑니다.

최근 집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새로 생겼습니다. 새로 지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처럼 문외한이 보더라도 지자체에서 공들여 설계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개방성과 사이버를 테마로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미래세계의 공간처럼 넉넉하고 세련됐습니다. 광장처럼 널찍한 공간설계와 개방형 열람실, 갤러리 공간, 사이버도서관과 청음코너까지 갖춰진 그야말로 첨단 도서관입니다.

논문 준비에 한창인 딸(미술사 석사과정)과 같이 새 도서관을 몇 번 갔었습니다. 부녀지간이지만 성격도 취향도 평소 습관도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도서관에서도 ‘서로 다름’을 확인하고 웃었습니다. 딸은 개인 칸막이가 있는 독립된 1인용 책상에 앉는데 비해 나는 6명 또는 여러 명이 같이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을 좋아합니다.

취향을 존중하기 때문에 굳이 내가 있는 테이블로 오라고 강요할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개방형 테이블을 좋아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우선 앞과 옆에 앉은 사람과 느끼는 적당한 긴장관계가 좋습니다. 스스로 게을러지지 않도록 경계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옆 사람이 공부하는 책이나 자료들을 힐끗거리는 재미도 있습니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한 독서실의 적막보다 시야가 트인 넓은 공간에서 방해가 되지 않는 정도의 소음이나 약간 시끄러워도 충분히 품을 수 있는 넉넉함이 내 경우엔 오히려 집중하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입소문이 나서 그런지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부모에게는 새로 생긴 도서관은 휴양지나 다름없습니다. 요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소장하고 사람들에게 대여하거나 열람실을 운영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독서모임, 저자와의 대화, 어린이 체험학습, 평생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벤트가 운영되는 문화공간입니다.

역사 속에서 책은 늘 권력자에 의해 독점됐었습니다. 책 읽는 시민이 늘어나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우리도 지난 경험으로 보면 ‘광장의 시간’ 중에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물었습니다. 이 중요한 질문에 도서관은 대답합니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의 기반이 되는 지식과 정보의 흐름이 멈출 때 민주주의도 무너진다고. 내가 보기에 도서관은 어린이 시민들이 처음 접하는 마을광장입니다. 거기엔 자유와 여유와 공유가 있습니다. 책 읽는 시민에게 주권이 있고 도서관은 민주주의보다 먼저 갑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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