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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나는 종이로 된 텍스트가 좋다

입력 2025-12-15 08:14

[신형범의 포토에세이]...나는 종이로 된 텍스트가 좋다
한 언론사에서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 지하철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는 승객을 몇 명이나 볼 수 있을까 취재한 적 있습니다. 열차를 첫째 칸부터 마지막 칸까지 조사하고 다시 다른 열차를 타는 방식으로 진행한 결과 두 시간 동안 모두 13명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실험은 6년 전에 이뤄진 것이라 지금은 책 읽는 사람의 숫자가 훨씬 적을 가능성이 큽니다.

알다시피 요즘 지하철 승객 열에 아홉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습니다. 나머지 10%는 졸거나 일행과 대화 중입니다. 책이나 신문, 잡지 같은 종이로 된 텍스트를 보는 승객은 내가 체감적으로 느끼기엔 하루에 한 명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간혹 대학생들이 시험기간에 스마트폰 대신 다른 걸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도 종이나 책이 아니라 주로 태블릿PC 같은 디바이스입니다.

이게 잘못됐다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정보를 얻고 소화하고 활용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뿐입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강의를 듣고 외국어를 공부하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게임도 하면서 주식차트도 챙겨봅니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가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것과 옳다고 믿는 것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나는 구식이어서 그런지 여전히 종이로 된 텍스트를 좋아합니다. 보기 드물게 오늘 찍은 사진처럼 지하철 타고 책 읽는 걸 특히 좋아합니다. 도로 교통상황과 상관없이 시간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고 이동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바깥 풍경을 볼 일이 없어 오롯이 책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는 김포에서 서울로 나가려면 지하철 타는 시간만 거의 50~60분 정도 됩니다. 서울에서도 왔다갔다 하고 그렇게 몇 차례만 왕복하면 300페이지 정도 단행본은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지하철에서만 2~3일이면 다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지하철에서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나 인문학 또는 에세이 같은 정도로 한정되긴 합니다만.

지하철이다 보니 서서 읽을 때도 많고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는 적극적인 독서는 할 수 없습니다. 기억해 둘 만한 게 있을 땐 휴대폰을 꺼내 해당 페이지를 촬영합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북마크에 저장합니다. 지하철에서 가장 최근에 본 문유석 작가의 《판사유감》을 소개하면서 마칩니다. 선배나 동료들이 판사를 그만두면 다들 로펌이나 변호사를 개업하는 것에 염증을 느낀 작가는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전업작가로 활동하지만 판사 시절에 가졌던 질문과 문제의식, 그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번엔 작가의 최신작 《나로 살 결심》을 봐야겠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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