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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김치볶음밥이 김치필라프가 되면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6-0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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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나는 아직도 ‘썸네일’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릅니다. ‘Thumbnail(엄지손톱)’이라고 해서 요즘 동네마다 있는 네일숍에서 유래한 줄 알았는데 ‘이미지’라는 뜻과 묶여 ‘미리 보여주는 간단한 예고편’ 정도로 통용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유튜브나 블로그, 프리젠테이션 자료 등을 본격적으로 클릭하기 전에 보여주는 ‘맛보기’ 정도.

뭐 이런 말이 썸네일 뿐이겠습니까.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아니어도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악당 또는 악역을 언제부턴가 ‘빌런’이라고 부르더군요. 빌런(Villain)은 원래 라틴어 빌라누스(Villanus)에서 출발해 고대 로마의 ‘농장에서 일하는 농민’을 뜻하다가 프랑스어와 영어를 거치면서 사회적 편견과 갈등 속에서 악당으로 바뀐 우여곡절을 겪은 말인데 요즘 우리한테 악당은 굳이 ‘빌런’이어야 하는가 봅니다.

살면서 겪는 아픔과 슬픔, 고통의 순간이 ‘치유’되는 걸 요즘은 거의 ‘힐링’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굳이 차이를 따지자면 ‘치유’는 의료적 의미가 강하다면 힐링은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거나 숲 속을 걷는 것처럼 꼭 의료적 행위가 아니더라도 치료효과가 느껴지는 정도일까요. 사람들은 그 미세하고 오묘한 어감의 차이를 가려 말하는데 나는 언어감수성이 무뎌서 그런지 굳이 ‘힐링’이라고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언어사대 현상’은 생각보다 주위에서 자주 경험합니다. 가령 ‘미용실에서 머리 자르고 손질’하면 5만원이면 충분한데 ‘샵 가서 디자이너한테 커트하고 트리트먼트 케어’ 받으면 가격이 몇 배로 부풀려집니다. 또 8천원 하는 김치볶음밥이 리조또나 필라프로 되는 순간 가격은 두 배로 뛰고 간단하게 먹는 ‘아점’이 브런치카페와 엮이면 만만찮은 비용을 각오해야 합니다.

요리사와 셰프는 뭐가 다른가 물었더니 요리사는 단순히 요리만 하는데 셰프는 요리 뿐 아니라 요리와 관련된 모든 것을 총괄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거 주방장 아닌가요? 그런데 우리들의 머리 속 이미지는 주방장은 동네 음식점에 어울리고 셰프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름과 짝을 이룹니다.

그렇게 따지면 화장품,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언어는 국적을 상실한지 이미 오래됐습니다. K-컬처의 영향으로 문화적 자부심이 ‘국뽕’으로 차오르는 한편에는 언어사대주의로 이중적 가치관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다른 나라에선 요즘 한국말과 문화를 배우려고 난리라는데…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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