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나 주택 임대차에서는 계약 종료 뒤 목적물 인도가 늦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임차인이 영업을 계속하거나 퇴거 일정을 미루면 임대인은 명도소송을 검토하게 된다. 소송은 판결과 집행 절차까지 이어진다. 그동안 새 임차인을 들이지 못하면 임대료 수입도 멈춘다. 법조계가 계약 단계의 제소전화해를 강조하는 이유다.
제소전화해는 소송을 내기 전 법관 앞에서 당사자 합의 내용을 확인받는 절차다. 민사소송법은 제소 전 화해 신청을 인정한다.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임차인이 조서에 적힌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임대인은 별도 본안소송을 다시 거치지 않고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조서가 있다고 모든 분쟁이 자동으로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집행할 의무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야 한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10일 "제소전화해는 분쟁이 생긴 뒤 수습하는 절차가 아니라 분쟁 전에 강제집행 근거를 확보하는 예방 장치"라며 "임대차에서는 계약을 맺을 때 함께 진행해야 실효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소전화해 조서에는 임대차 종료 때 목적물을 인도한다는 내용이 주로 들어간다. 차임 연체가 일정 기간 이어질 때 인도 의무가 발생한다는 조건도 담을 수 있다. 원상회복 범위와 연체 차임 정산 방식도 함께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과 상가 임대차에서는 임차인 보호 규정도 함께 살펴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의 효력을 제한하는 규정을 둔다. 법이 보장한 계약갱신 요구권이나 대항력, 보증금 보호 취지를 무력화하는 내용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임대인에게 유리한 문구를 넣는 것보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인도 조건과 정산 조건을 명확히 쓰는 일이 중요하다.
엄 변호사는 "제소전화해의 핵심은 조서에 들어갈 의무 내용을 강제집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특정하는 것"이라며 "명도 시점과 조건을 분명히 정해 두면 세입자가 버티는 상황에서도 긴 소송 절차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균 기자 jklee.jay526@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