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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이재연 박사의 '트렌드 경영'…키워 놓으면 떠난다는 사장님께

입력 2026-08-18 08:18

교육을 비용으로 적는 회사와 투자로 적는 회사의 갈림길

글 / 이재연 경영학박사, (전) 서일대학교 이사장, (전) 숭의여자대학교 교수. / 사진제공=엘앤에이(주)
글 / 이재연 경영학박사, (전) 서일대학교 이사장, (전) 숭의여자대학교 교수. / 사진제공=엘앤에이(주)
[비욘드포스트 이봉진 기자] 교육 투자를 아끼는 회사는 당장의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비용 지출을 미래로 미루고 있을 뿐이다.

한 중소기업 사장이 팀장급 리더십 교육 제안서를 책상에 두고 며칠을 고민했다. 견적을 살피던 그는 "이 교육을 받으면 당장 매출이 오릅니까?"라고 물었다. 실무자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고, 결국 그해 교육은 백지화됐다.

반년 뒤, 회사에서 가장 일 잘하던 과장이 사표를 냈다. 사장이 다급히 이유를 묻자 과장은 "이곳에서는 5년 뒤 제 모습이 그려지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그제야 사장은 서랍 속 교육 제안서를 떠올렸다. 핵심 인재 한 명이 회사를 떠난 뒤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고, 업무를 인수인계하며, 그가 제 몫을 하기까지 기다리는 데 드는 ‘숨은 비용’은 당장 매출을 따지며 아꼈던 교육비보다 훨씬 컸다.

◆ 같은 회사, 다른 곳을 본다
교육을 두고 경영자와 직원의 시선은 엇갈린다.

경영자에게 교육은 ‘비용’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당장의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교육은 가장 먼저 후순위로 밀린다. "투자해 봐야 효과도 모르겠고, 힘들게 키워 놓으면 결국 남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푸념이 여기서 나온다.

반면 직원에게 교육은 ‘기회’다. 회사는 더 높은 성과를 요구하면서 정작 역량을 키울 지원은 빈약할 때, 직원은 회사가 자신이 성장할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고 느낀다.

이러한 간극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의 기업체노동비용조사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직원 1인당 지출하는 교육훈련비는 300인 이상 대기업의 6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회사가 나를 키울 생각이 없다"는 중소기업 직원의 토로는 단순한 예민함이 아니라, 실제 투자 규모에서 비롯된 현실적 박탈감이다.

이 간극이 벌어질수록 조직의 활력은 저하된다. 경영자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였다”고 안도하지만, 직원은 “회사가 내 성장을 포기했다”고 절망한다. 오늘의 지출을 줄인 자리에 내일의 가능성이 차단되는 셈이다. 결국 교육비 절감은 직원의 성장 정체와 동기 부여 저하로 직결되며, 궁극적으로 조직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을 낳는다.

◆ 효과가 없는 게 아니라, 너무 일찍 판단한다
교육 효과를 불신하는 경영자들의 공통점은 결과를 너무 일찍 확인하려 한다는 데 있다. "교육받고 다음 달부터 매출이 달라졌습니까?"라는 질문이 대표적이다.

물론 기업의 모든 활동은 궁극적으로 성과와 직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교육 효과가 곧바로 재무제표상의 숫자로 찍히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구성원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업무 방식을 개선한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업무 실수가 줄고,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며, 조직 내 소모적인 갈등이 감소하는 형태로 발현된다. 팀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생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교육을 단기 매출로만 평가한다면 대부분 실패한 투자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교육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씨앗을 뿌리고 싹이 트기도 전에 수확량부터 따진 격이다. 교육은 시험이 아니다. 오늘 배운 것을 내일 채점하는 단기 테스트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조직 행동의 긍정적 변화를 관찰해야 하는 장기 투자다.

◆ 사람은 성장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할 수 없어서 떠난다
경영자들이 교육 투자를 주저하는 가장 오래된 걱정은 "키워 놓으면 다른 회사가 데려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재는 성장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조직을 등진다.

한 취업포털의 조사에 따르면, 이직 경험자 5명 중 1명은 퇴사 사유로 '커리어 성장 기회 부족'을 꼽았다. 앞선 과장의 사례처럼 우수한 인재일수록 새로운 것을 배우고, 더 큰 역할을 맡으며,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배움의 기회가 닫힌 조직에서 가장 먼저 짐을 싸는 이들은 역설적으로 조직이 가장 필요로 하는 핵심 인재들이다.

물론 교육만으로 직원의 이탈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성장의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으면서 핵심 인재의 장기근속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교육비를 아끼는 회사는 비용을 줄인 것이 아니라 더 큰 비용을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하다. 역량 부족으로 인한 업무 차질, 낡은 관행이 초래하는 비효율, 구성원의 낮은 몰입도, 그리고 핵심 인재 이탈로 인한 공백은 당장의 교육비를 아껴 얻는 이익보다 훨씬 가혹한 청구서로 돌아온다.

◆ 교육을 비용이 아닌 시스템으로 만드는 회사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강의실 안이 아니라 현장 복귀 이후에 창출된다.
‘학습→현장 적용→실행 점검→피드백→개선’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한 바퀴, 두 바퀴 선순환할 때 교육은 비로소 일회성 행사를 넘어 조직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는다. 일회성으로 끝난 교육이 수료증 한 장만 남기는 이유가 바로 이 고리의 부재에 있다.

그리고 이 고리를 돌리는 첫 번째 톱니바퀴는 경영자 자신이다. 구성원들은 사내 공문보다 리더의 행동을 먼저 읽는다. 경영자가 솔선수범하여 배우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때 조직도 그 대열에 합류한다. 반대로 리더는 과거에 머물면서 구성원에게만 혁신을 강요한다면 조직은 결코 꿈쩍하지 않는다. 변화는 지시가 아니라 리더의 행동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최신 시설과 장비는 자본만 있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도입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굴하며,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은 하루아침에 돈으로 살 수 없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키워내는 수밖에 없다.

이제 경영자의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교육비가 얼마나 드는가"가 아니라, "교육하지 않았을 때 우리 회사가 치러야 할 비용은 얼마인가"를 물어야 한다. 교육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일이며, 남겨진 사람이 곧 기업의 내일이기 때문이다.

bjlee@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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