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진화는 진보가 아니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91006453304731046a9e4dd7f1822257147.jpg&nmt=30)
진화는 곧 진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진화할수록 지금보다 더 좋게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찰스 다윈은 ‘진화’라는 단어가 자신의 ‘자연선택론’을 오해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지만 마땅한 다른 단어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종의 기원》 6판에 사용하게 됩니다.
거기다가 동양권에서 《종의 기원》을 번역하면서 다윈이 쓴 'Evolution’을 나아갈 ‘진(進), 될 화(化)’를 조합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진화로 오역하게 된 것입니다. 그 바람에 진화라고 하면 단세포에서 고등 생물로 발전하도록 예정된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다윈은 자신의 일기에 ‘온갖 생명체들을 논할 때 나는 결코 어느 것이 열등하거나 고등하다고 쓰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다윈의 이론에 대한 오해는 현재뿐 아니라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사실 진화는 가장 훌륭한 것이 무엇일까, 하고 계획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닙니다. 그때그때 당시로서는 최선의 결정이라고 따른 것이 유전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는 좋지 못한 것도 어쩔 수 없이 안고 살아야 합니다. 진화가 생물체를 매 순간 완벽하게 만들었다면 지금 우리 몸에는 아무런 결점이 없어야 합니다.
다시 질문, 진화는 과연 진보일까요? 큰 개념에서 보면 박테리아에서 다세포 동물로 발전한 것을 진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단순한 생물들의 구조가 복잡해지는 방향으로 바뀌는 건 아닙니다. 과거보다 복잡해진 생물이 있지만 모든 생물이 복잡하게 변하는 방향성을 갖지 않습니다. 단세포 생물 중에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변화 없이 살아남은 것들이 있는가 하면 비교적 최근에 복잡하게 분화한 것도 있습니다.
결국 진화에는 방향성이 없습니다. 따라서 진화란 ‘진보’라기보다 당시로선 최선을 다한 결과에 불과합니다. 그 결정이 후대에까지 가장 좋은 것이 되리라고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멸종된 종은 못나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당시 ‘게임의 법칙’에 맞지 않아서 멸종된 것일 뿐입니다.
흔히 다윈의 이론을 ‘적자생존’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다윈이 한 말이 아닙니다. 진화론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는 쪽에 가깝습니다. 생물은 절대적 기준으로 진보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서 제한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다른 개체보다 조금이라도 낫기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결국 진화는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당시에 경쟁하는 생물체와 환경에 따른 상대적 개념입니다.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