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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글 쓰는 게 무서워질 때

이순곤 기자

입력 2026-10-30 06:39

유튜브 세바시 캡처
유튜브 세바시 캡처
소통할 때 말보다 글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업무는 말할 것도 없고 일상에서도 가까운 사이든 잘 모르는 사이든 문자나 DM, 메신저, 이메일, 소셜미디어로 하는 대화는 거의 글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문자로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전화를 하냐며 통화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콜포비아를 호소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의 글을 읽지 않고, 또 뭔가를 쓰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하루도 없습니다.

하지만 글은 말하는 것보다 덜 직관적이어서 필터를 한번 거쳐야 합니다. 쉽고 짧게 빨리 전달하는 게 중요한데 때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오히려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도 봅니다. 말 몇 마디로 간단히 끝낼 일을 더 복잡하게 지체되고 서로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말이 먼저이고 글은 말을 대신하기 때문에 글은 구어체와 문어체의 중간 정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순과 표기법, 문법에 대한 압박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말로 할 때는 편하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문장도 글로 쓸 때는 떠올리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말할 때는 짧지만 간혹 불완전한 문장으로도 소통이 가능하고 한번에 이해하지 못하면 다시 묻거나 바꿔 말해줄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표정 눈빛 동작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은 뉘앙스나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 말보다 명확해야 하고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길어지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고 요점이 흐려집니다.

특히 실수를 인정할 때나 사과할 때, 그리고 누군가에게 안 좋은 소식을 전할 때처럼 감정이 개입되기 쉬울 때 불편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 말이나 글이 길어지곤 합니다. 그럴 때일수록 요점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좋습니다. 생각하는 모든 것을 전하려고 설명이 길어지면 불필요한 표현들이 붙고 그러면서 점점 감정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말보다 글이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말을 안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해서 후회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말은 생각 없이 툭 뱉어버리고 나서 후회할 때가 있는데 글은 보내기 전에 한번 점검하고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내용은 시작이나 끝 부분에 요점만 간략하게 정리해서 강조하는 게 소통의 오해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중요한 것이 여러 개라면 모든 내용을 한꺼번에 보내지 말고 종류별로 나눠서 제목을 다르게 붙이거나 시차를 두고 보내는 게 효과적입니다.

읽는 사람이 ‘이해를 잘 못했네’가 아니라 그렇게 오해하게 쓴 사람이 잘못이라는 자세로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고 전달되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있듯이 글로 전해지는 그 사람의 인상은 더 깊이 각인됩니다. 감정과 행복은 전염된다고 하지요. 나의 감정이 내가 내뱉는 말을 통해 전달되듯이 이제는 내가 쓴 글이 내가 표현한 어휘와 문장을 통해 더 멀리, 더 넓게 퍼진다는 사실이 가끔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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