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고 좁은 고시원 복도에 에덴의 입주자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제멋대로 자른 바가지 머리에 뿔테안경 너머의 눈빛이 묘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홍남복과 누군가의 팔목을 잡아채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유기혁. 화면을 가득채운 변득종의 활짝 웃는 얼굴과 기괴한 웃음소리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이상한 것 같아”라는 종우의 말대로 에덴 고시원의 타인들이 결코 평범하지 않음을 암시한다.
“서울 사는 사람이 아닌가 봐?”라고 물어보는 고시원 주인 엄복순에게 종우가 “지방에서 올라왔어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며 꾸벅 인사를 하자, 복순은 “아니야. 내가 잘 부탁해야지”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그래서일까. 어두운 복도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홍남복에게 “뭘 쳐다봐요?”라고 쏘아붙이는 종우의 표정과 말투에서 그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종우를 응시하던 홍남복이 등 뒤로 흉기를 움켜잡고 있음이 포착돼 보는 이를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제 양 뺨을 스스로 때리는 변득종과 종우에게 상냥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던 것과는 또 다른 엄복순의 알 수 없는 표정, 땅에 무언가를 파묻는 행위 등은 에덴에서의 지옥을 맛보는 듯한 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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