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약한 지질조사서로 “공사비 변동 없다” 주장…임대‘0’ 논란도 여전

입찰 전만 하더라도 대림산업은 성실한 이미지, 아크로리버파크의 높은 시세 등이 조합원들에게 호감을 샀다. 그러나 지난 18일 입찰 이후부터 조합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아크로리버파크와 아크로리버뷰의 경우 시세는 높지만 시공자 선정 이후 사업진행이 각각 14년, 17년이나 걸린 게 흠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은 아쉽지만 대림산업이라는 회사를 믿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제안서의 내용이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면서 점점 궁지에 몰리는 모양새다.
■ ‘암’ 많이 나와 지질조건 변동 시 조합원 부담 ‘전가’
그중에서도 특히 빈약한 지질조사서로 공사비 변동이 없는 조건을 제시해 조합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한남3구역의 경우 구릉지로 되어 있어 암이 많이 나오고 이로 인해 타 재개발구역에 비해 토목공사비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대림산업은 재개발사업에서 공사비 변동여부의 중요한 요소인 지질조건에 대한 공사비 변동 조건에 대해 “조합 제시 지질조사서 기준내 공사비 변동 없음”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향후 지질조건이 변경된다면 조합원 추가부담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측은 공사를 위해 실제 땅을 파면 지질조사와 크게 차이가 없어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인 걸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비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지질조사는 아파트가 올라가는 동 위치에 하는 것이 맞다. 한남3구역이 약 190개 동이면 최소한 100공구 이상 시추해서 지질조사를 해야 하는데, 현재 조합의 지질조사서는 7곳에서만 시추했다. 따라서 11만6천평의 한남3구역을 7곳만 시추해서 지질을 파악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결국 대림산업은 구릉지가 아닌 다른 구역에서는 확정조건을 제시했지만 구릉지에 형성되어 암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한남3구역에서는 회사의 위험부담을 피하고 조합원에게 전가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현실성 없는 임대주택 ‘0’…혁신설계도 기준 위반
임대주택 ‘0’으로 만들겠다는 조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남3구역의 사업시행인가 조건에 따르면 임대주택을 SH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매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지방에서는 예산문제로 임대주택을 민간에 매각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다른 지자체와 달리 예산이 충분한데다 서울시 임대주택 방향성과도 맞지 않아 임대주택을 민간에 매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뿐만 아니라 대림산업이 2개나 준비해 나름 성의를 보였던 혁신1안, 혁신2안 역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한남3구역 재정비촉진계획에서는 한강과 남산을 접하고 있기에 멀리서 남산을 볼 수 있도록 해발 90m이하, 최고층수 22층 제한 등 각 블록별로 각각의 층수제한을 한 상태다.
그러나 대림산업의 혁신1안은 일부 블럭에서 층수를 초과했고, 혁신2안은 해발 90m 및 22층 층수제한을 초과한 29층으로 계획했다.
기본적으로 고도제한이나 층수를 초과하면 건물의 높이가 올라가는 대신 동수를 줄여 단지가 쾌적해 보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촉진계획의 변경 대상이고, 현실적으로 변경이 가능한지도 장담할 수 없다. 만약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일에 시간을 쏟다가 끝내 ‘불가능’으로 결정된다면 그동안 흘려보낸 시간과 비용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오게 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대림산업이 한강변 랜드마크가 될 한남3구역에서 경쟁을 치르려다보니 아무래도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며 “조합원들은 시공자를 선정할 때 사업조건도 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사에서 우리구역을 얼마나 생각하는지와 현실성 있는 제안을 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기성 비욘드포스트 기자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