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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의 ‘대리 석션’은 위료법 위반...고한경 변호사 “무면허 의료행위 적용 범위 알아야”

한경아 기자

입력 2019-12-16 14:56

사진=고한경 변호사
사진=고한경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한경아 기자] 현행 의료법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ㆍ조산사와 간호사만을 ‘의료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의료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간병인의 ‘대리석션’이 그 발단이다. 지난 8월 국가 기관인 A 병원에서 간병인 등 비의료인에게 석션 행위를 맡긴다는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A 병원에서는 스스로 가래를 뱉을 수 없는 환자의 석션(suction) 행위를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했다.

석션이란 흡인작용으로 상기도 내의 분비물, 소화관 내 및 체강 내의 혈액, 삼출액, 가스등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행위다. 석션은 의료인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주무부처의 입장이다.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석션을 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란 의미다.

의료법 관련 상담이나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고한경 변호사는 “보건복지부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2019’를 살펴보면 한국의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의료인력이 현장에서 부족하다 보니 보호자와 간병인이 환자의 석션을 하는 상황도 발생하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법의 관점에서 보자면, 엄격하게는 무자격자가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말했다.

무면허의료행위를 지시했다면 의료인은 의료법 제66조에 명시된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것’에 해당함으로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받게 된다.

이와 유사한 사건에 휘말린 B 요양 병원은 의료법 위반 행정처분 사전 통지서를 받고 고발 대상이 되자 이에 불복했다. 당시 지역구 보건소 보건행정과 측은 간병인 L-튜브 피딩 행위가 의료행위인지 불분명하며 보건복지부의 지침대로 처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고 변호사는 “해당 사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L-튜브 피딩 행위가 의료인의 감독하에 이론과 실습 등 체계적 교육을 받은 비의료인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면서 “의료법상 의료행위의 범위, 지시감독에 의해 다른 자격사가 어디까지 의료행위를 하여도 되는지가 불명확하다보니 현장의 혼란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선 의료법의 규정 범위를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고 변호사는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을 살펴보면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한 의료행위는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며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라는 것이 자칫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환자에게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이를 보건위생상 위해가 없다고 볼 순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 만큼 무면허의료행위와 관련하여 법원의 해석은 보수적이고, 그 잣대가 엄격하다”고 덧붙였다.

의료법 위반 관련 분쟁은 의료인에게 형사 처벌과 행정처분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므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면허 의료행위는 사건에 따라 의료법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수사절차에서 충분히 의학적으로 소명하고, 기소되었다면 1심 공판에서 무죄를 다투고 처벌을 피해야 한다.

다만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의료법 위반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외에도 △사무장 병원 △의료기관 개설 △환자 유인행위 △의료광고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의료법 위반을 비롯해 의료사건·의료행정 소송을 맡고 있는 유앤아이파트너스법률사무소 고한경 변호사는 “의료 관련 법률 분쟁은 민, 형사 소송을 시작으로 행정소송, 헌법소송 등 매우 다양한 영역에 얽혀있으며 각 영역마다 쟁점도 다르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의료현장과 기존 의료법, 건강보험법에 대한 이해, 법리, 제반 지식에 기반을 둔 객관적 증거와 변론이 필수적이다.

적재적소에 이루어지는 방어와 공격 전략을 일반인들 혹은 일반 의료진이 구축하기 쉽지 않은 만큼 변호사의 조력을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경아 비욘드포스트 기자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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