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남 채승석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실형 법정 구속
장남 채형석 횡령, 차남 채동석 신분 위장 등 리스크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10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채 전 대표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또 추징금 4532만원을 명령했다.
정 판사는 "채 전 대표는 동종범죄로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고, 수사에 협조했다"면서 "프로포폴은 필로폰 등에 비해 오남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했고,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게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채 전 대표는 재범을 않겠다고 해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도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또 "구속사유는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며 채 전 대표를 법정구속했다. 정 판사가 "말할 기회를 드린다"고 했지만, 채 전 대표는 아무말 없이 구치감 문으로 향했다.
채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성형외과 I병원에서 총 103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애경그룹은 창업주인 채몽인과 부인인 장영신 회장과의 사이에 3남 1녀를 뒀다. 첫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둘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 셋째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 그리고 막내 채승석 애경개발 전 사장이다. 그런데 이중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을 제외한 3남 모두 법의 심판을 받았다.
상당수 오너가문 자녀들이 그렇듯이 애경그룹의 자녀들 또한 각종 논란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리스크를 초래했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횡령 혐의’, 채동석 부회장은 ‘신분 위장’, 채승석 사장은 ‘마약류 복용 혐의’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다만 둘째인 채은정 부사장은 특별한 리스크를 보이지 않았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회사 공금 20억원을 빼돌린 후 대한방직이 소유한 7만9000㎡의 토지 매입을 위한 협상에서 우선매수권을 달라는 청탁과 함께 대한방직 설범 회장에게 15억원을 준 혐의다. 애경백화점 주차장 부지를 사들여 주상복합상가를 지은 ㈜나인스에비뉴가 분양자 중도금 명목으로 은행 대출을 요청하자 이에 동의해주며 6억여원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결국 채 부회장은 2009년 4월 23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가 2009년 1월 23일 보석으로 풀려난 후 2010년 광복절특사로 사면 받았다.
게다가 2019년 5월에는 개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던 구로동 소재 애경빌딩을 그룹 계열사 애경유화에 매각하면서 시세보다 높게 팔아 웃돈을 챙겼다는 의혹도 나왔다. 당시 부동산업계와 애경그룹 소액주주들은 채 부회장이 적정가보다 약 15% 비싼 가격에 애경빌딩을 매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애경그룹 측은 “시세에 근거한 가격으로 거래됐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여기에 올 들어서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하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2남 채동석 부회장이 책임을 지고 있는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채동석 부회장은 이 사건 당시 자신의 신분을 ‘비서’라며 엉뚱하게 직급을 속여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채동석 부회장이 2019년 4월 15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전화 통화한 내용이 경향신문에 보도되면서 사건의 전말이 세상에 드러났다.
전화 통화에서 피해자가 “부회장님 맞으세요?”라고 묻자, 채동석 부회장은 “아니요. 비서인데요. (부회장은) 오늘, 내일은 청양 공장에 가시고요”라고 답했던 것이다. 채 부회장은 13분간 통화에서 끝까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애경산업 측은 채 부회장의 신분 위장에 대해 “피해자가 처음에 신분을 밝히지 않아 부회장님도 비서라고 얘기했던 것”이라는 이상한 변명을 내놓았다.
채 부회장은 또 가습기 살균제 판매에 있어서 책임이 없다는 투의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채 부회장은 피해자와 통화에서 “1차적인 게 나라에서 (가습기메이트 판매를) 허가해 줬고, SK가 우리에게 (가습기메이트를) 넘겼고 우리는 그걸 모르고 팔았기에 1차 그게(책임이) 없다. 우리가 만든 게 아니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채 부회장의 말과는 달리 검찰은 애경산업이 가습기메이트 표시광고·제품 라벨·용기 선택을 SK케미칼과 함께 논의하고, 가습기메이트 원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SK케미칼에 소개한 사실도 확인하는 등 애경산업이 가습기메이트 제조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습기메이트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로,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에서 2001년부터 판매한 제품이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가습기메이트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 가운데 사망자는 39명으로 집계됐다.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 수다.
채동석 부회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부터 애경산업의 ‘조사 무마’ 목적 뇌물 제공 과정에서 관여했는지를 조사해 달라는 내용으로 고발도 됐다. 실제로 애경산업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브로커 Y씨에게 ‘가습기 살균제 사건 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과 함께 6000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지난해 9월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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