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물류자회사 연내 출범 공식화…중·소 해운업계 ‘반발’
해운법, 대기업 물류자회사 내부거래 30% 이상 규제
"포스코 GSP 물류자회사로 해운·운송업계 진출할 듯"

해운법이 통과될 경우 새롭게 출범할 포스코 물류자회사는 연매출의 10% 이내에서 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6일 해운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은 지난 9월 29일, 대기업의 물류자회사 일감몰아주기에 제동을 걸고 과도한 내부거래 시 해운산업발전 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비율이 30% 이상인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을 대상으로 연매출 10% 이내에서 해운산업발전부담금을 부과·징수하고 마련된 재원으로 물류시장의 공정화와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해운법안이 통과될 경우 가장 타격을 입는 대기업은 포스코가 될 전망이다. 포스코는 연간 원료 1억톤을 수입해 1800만톤의 철강제품을 제조해 수출하는 해운업계의 초대형 화주다.
포스코는 지난 5월 8일 이사회를 열고 물류자회사 설립을 공식화했다. 포스코는 그 동안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터미날 등에서 분산 운영돼 왔던 물류기능, 조직, 인력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는 과거 포항제철 때부터 해운물류회사 설립을 시도했고 실제 5년간 운영해 본 경험도 있다. 1990년 포항제철 당시 대주상선(거양해운)을 설립해 운영했지만 5년만에 한진에 매각하고 사업을 접었다. 2011년 정준양 회장 시절에도 대한통운 M&A를 시도했지만 CJ그룹에 넘겼고, 이후 대우로지스틱스 인수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해운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업계의 반발로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19로 실적이 하락하자 비용절감 차원에서 또다시 물류 자회사 설립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소해운업계가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에 반발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계열사 간 높은 내부거래 비중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은 계열사 물량과 3자 물류 시장의 물량을 흡수해 2000년 1조3000억원에서 2018년 39조7000억원으로 17년만에 무려 28.8배가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해운업계 135개사는 1.8배 성장하는데 그쳤다.
해운법을 적용하면 이전 물류회사 중 내부거래가 30% 이상인 기업이 모두 제재대상이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판토스에 이어 올해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여부를 살피기 위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들 기업 모두 해운법의 제재대상이 된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2018년 65.1%에서 2019년 67.2%로 증가했다. LG계열의 물류회사 판토스의 경우 2018년 78%의 비중을 보였고, 2019년 76.4%로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보이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해운·운송업계에는 규제범위가 적다는 적용상 한계를 보였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특수관계 지분 30% 이상일 경우, 상당한 규모의 내부거래를 한 기업에 대해 일감몰아주기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상속세법의 경우 내부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할 경우 증여의제 적용으로 과세가 가능하다. 때문에 특수관계 지분을 30% 이상으로 낮추고, 물류자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오히려 늘리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포스코그룹 내 물류업무를 통합한 법인 ‘포스코 GSP(Global Smart Platform)’ 역시 해운법이 통과될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포스코는 업계의 반발에 “해운업은 물론 운송업에도 진출한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업계는 결국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GSP가 현대글로비스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회장은 포스코가 자회사를 공식화한 지 며칠 후인 지난 5월 19일 "포스코의 행보는 장기 불황 여파와 코로나로 어려움에 처한 해양 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시기적으로나 상생 차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를 설립해 시장에 진입할 경우 해운과 물류 생태계가 급속도로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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