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전형 공고 후 절차 어기고 제멋대로 채용

6일 한국도로공사의 <내부감사 결과>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면서 서류전형 없이 면접전형 점수만으로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가 하면, 자격요건도 갖추지 않은 외부 면접위원을 선정하는 등 채용절차를 다수 어긴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연령, 학력, 성별 등 개인정보 수집 금지까지 위반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로공사 A지사는 공사 홈페이지에 구체적인 채용절차(서류전형→면접전형→최종합격)와 방법 등을 제시했다. 지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공고내용과 다르게 채용절차를 진행했다.
공사의 <기간제 근로자 채용절차 개선>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는 채용 공고 후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통해 선발하는데, 면접전형 대상자는 서류전형 결과 고득점자 순으로 최종 선발인원의 5배수 이내에서 선발하도록 되어 있다. 최종합격자는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점수를 합산해 고득점자 순으로 채용토록 되어있다.
그런데 A지사는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류전형(자격증 점수, 역량기술서 평가)을 건너뛰고 면접전형만 실시했다. 따라서 최종 선발인원인 1명의 5배수인 5명이 아닌 지원자 8명 모두를 면접전형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A지사 측은 “유지보수 현장업무 정상화를 위해 채용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했다”면서 “채용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미숙으로 일부 채용 절차를 변경했으나 이는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채용결과에 변동이 없었다는 점에서 정상참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사실 측은 “해당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A지사는 또 면접 평가위원조차도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공사의 기간제 채용에서 면접 평가위원은 4명으로 구성하되, 2명 이상은 ▲5급 이상 공무원 ▲3급 이상 공공기관 종사자 ▲대학 조교수 이상 및 기타 이에 준하는 자격을 갖춘 외부위원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A지사는 면접전형에서 채용사전심사위원회의 사전심사 없이 면접위원을 4명이 아닌 2명(내부 1, 외부 1명)으로 임의로 축소해 구성했고, 이 가운데 외부위원은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7급 공무원을 선정해 심사에 참여시켰다. 여기에 감사인 등의 입회도 없이 면접심사를 진행했다.
감사실 관계자는 “채용담당 상급자는 ‘기간제 근로자 채용절차 개선’ 방침 및 공고 내용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지 면밀하게 확인하지 않았고, 면접위원을 2명으로 축소하거나 감사인 등을 입회시키지 않는다는 내용이 타당한지 검토하거나 관련부서에 직접 확인 및 지도·감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부당한 채용과정과 관련해 채용담당자는 ‘감봉’처분을, 채용담당 상급자는 ‘경고’ 조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B지사와 C, D지사는 블라인드 채용절차를 위반하다 덜미가 잡혔다. 이들 지사는 교통상황관리원을 채용하면서 연령, 성별, 학력 등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의 <기간제 근로자 채용절차 개선>에 따르면 채용의 공정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해 원서접수 시 개인정보(연령, 성별, 학력)가 배제된 입사지원서와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만을 제출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사는 상황관리원 채용원서를 접수하면서 생년월일이 기재된 근무조건 확인서를 지원자 3명으로부터 제출받았다.
특히 B지사는 면접전형에서 채용사전심사위원회의 사전심사 없이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4급 공공기관 종사자를 외부위원으로 선정해 심사에 참여시키는 등 채용업무를 부적정하게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C지사도 서류전형에서 채용사전심사위원회의 사전심사 없이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6급 공무원을 외부위원으로 선정해 역량기술서 평가에 참여시켰다.
감사실 측은 “블라인드 채용은 편견요소를 원천적으로 배제해 공정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며 “생년월일을 기재한 서류를 받은 행위만으로도 지원자의 개인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는 불신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를 훼손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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