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사람들은 창문 꾸미기를 좋아한다. 창문 아래쪽에 넉넉한 크기의 선반을 달아두고 예쁜 장식물을 놓는데 '꽃의 나라'답게 창문 가에는 꽃병과 화분 등이 으레 자리를 잡는다.
창문이란 어떤 공간인가.
안에서는 밖을 내다보고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보는 게 바로 창문이다. 창문을 꾸민다는 것은 창문 안의 '내'가 즐기기 위한 것이면서 창문 밖의 '남'도 즐기도록 배려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창가를 꾸미는 마음에서 나는 꽃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읽힌다.
담벼락에 걸어놓은 낡은 주머니 안에 싱싱한 꽃이 담겨 있는 풍경. 오로지 나만 생각한다면 담벼락 바깥쪽에 굳이 꽃을 갈아 넣는 수고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담에 걸린 작은 꽃 주머니 하나에서 나와 남의 즐거움을 함께 생각하는 공유의 마음이 느껴진다.
내 집을 예쁘게 꾸미고 자랑하고 싶은 건 누구나 똑같겠지만 자칫 잘못했다간 질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것이 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창가를 장식한 꽃에 질시나 교만 같은 감정은 들어갈 곳이 없다. 꽃의 아름다움에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볼 밖에.
우리나라도 집밖에 화분을 내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지저분한 걸 제 집 안에 두지않고 집밖에 내놓는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화분이 밖에 나와 있으면 주차하기 어렵고 거치적거린다고 푸념하는 사람들도 한 둘이 아니다. 타당한 면이 있는 얘기들이다.
하지만 길을 온전히 차에게 내어주고 사람은 밀려나버리고 화분이 거추장스러운 고물 취급을 받는 게 당연해진 현실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이 든다.
길을 걷다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만난다면 참 반가울텐데..
그런 안타까움을 갖고 있던 나의 눈에 띈것이 창원의 창동 예술촌에 자리한 3.15 꽃 골목이다. 기사로만 접하긴 했지만. 알록달록 꽃이 피어 있는 골목은 정말 정겹고 아름다웠다. 벽에는 시민들의 기부로 마련한 양철 깡통 화분이 걸리고 담벼락을 따라 늘어선 고무 화분에는 시민들이 남긴 예쁜 그림과 메세지가 담겨 있다.
아름다운 골목을 걷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짐작이지만 백이면 백 모두 행복한 기분으로 꽃을 구경하고 즐겁게 길을 걸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즐거운 마음들이 모여 아름다운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꽃과 함께 나누는 이런 꽃 골목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꽃의 마법은 가꾸는 사람과 보는 사람 집주인과 행인의 구분없이 함께 긍정적인 에너지를 공유하게 만든다. 꽃을 나누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게 행복한 것이고.
우리는 누구나 꽃을 통해 그런 행복을 나눌 수 있다.

▶ 플로리스트 제프리 킴
- 2003-2006년 : 런던 제인파커 플라워 Creative team 플로리스트 활동
- 2006-현재 : '제프리플라워' 설립 후 제프리킴 플로리스트 활동
- 현재 : '제프리 가든' 브런치카페 도산압구정점 대표
플로리스트 제프리 킴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