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어디에서 보았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대사가 떠오른다. 영화였는지, 드라마였는지 제목마저 가물가물하지만 한 줄의 대사 만은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빛나는 보석, 값비싼 구두, 맛있는 초콜릿...
사랑하는 이에게 건네는 선물은 많고도 많지만 꽃보다 행복하고 달콤한 선물이 있을까?
런던의 발렌타인데이 꽃을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그래서 로맨틱하기 그지없다.
런던 사람들에게 꽃은 일상이지만 발렌타인데이 꽃 선물은 더 특별하다. 발렌타인데이에는 남녀 모두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 선물을 하기 때문에 1년 중 플라워샵이 가장 바쁜 날이기도 하다.
플라워샵들마다 발렌타인데이 일주일전부터 꽃을 준비해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꽃이 팔려 나간다.
런던 친구인 벨라가 운영하던 칠턴 플라워만 해도 발렌타인데이 하루 동안 1억 5천만 어치나 꽃이 팔릴 정도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플라워샵 밖에 꽃을 사려는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 줄이다.
나이 지긋한 중년 신사부터 주근깨 가득한 소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꽃을 사기 위해 기다린다. 오랜 시간 기다라면서도 누구 하나 짜증 내지 않는다. 줄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들이 가득하다. 꽃을 선물하는 마음과 사랑을 품은 마음들이 만들어내는 행복감이 플라워샵 안까지도 전달된다.
우리도 꽃을 주고받는 낭만적인 문화가 만들어지면 어떨까 상상해보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 옛날 중국에서 작약을 주고받으면서 사랑의 약속을 나눴던 것처럼 말이다.
꽃은 그런 존재다.
사랑이 움트는 순간에도, 사랑이 만개하는 절정의 순간에도,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풋풋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따뜻하게 사랑을 전해주는 그런 존재가 꽃 같다.
백 마디 말로도 전하지 못할 사랑이 꽃에 담겨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있으리라.

▶ 플로리스트 제프리 킴
- 2003-2006년 : 런던 제인파커 플라워 Creative team 플로리스트 활동
- 2006-현재 : '제프리플라워' 설립 후 제프리킴 플로리스트 활동
- 현재 : '제프리 가든' 브런치카페 도산압구정점 대표
플로리스트 제프리 킴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