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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 외로웠던 ‘세 모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꼭 봐주길 바랐나”

입력 2022-08-31 09:07

유서와 동일한 내용의 문자 기록···우리 사회 많은 메시지 던져
전화번호와 문자 몇개가 고작…백지나 다름없는 휴대폰 공장초기화도 안해

[비욘드포스트 김형운 기자] 지난 21일 오후 권선구 권선동의 연립주택에서 암과 불치병에 시달리며 복지사각에 놓였던 수원 세모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 경찰은 통신조회를 요청했다.

이들 가족이 소유했던 휴대폰은 2대. 모두 막내 딸 명의로 된 휴대폰이었다.

암 투병 중이던 60대 여성 A씨와 희귀병을 앓고 있던 B씨는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 왔던 사실을 방증하듯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 흔한 휴대폰도 없었다.

사인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경찰은 단서가 될 만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2대의 휴대폰에 대한 포렌식(디지털 판독검사) 작업에 들어갔다.

30일 밝혀진 포렌식 결과는 지독하게 외로웠던 이들의 인생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단서들이 유서와 같은 내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추출된 내용물은 고작 몇개의 전화번호와 스팸문자를 포함한 소량의 메시지들뿐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수원 세모녀 극단선택 일지
수원 세모녀 극단선택 일지
하얀 도화지 9장에 극단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세 모녀의 휴대폰은 우리 사회에 많은 메시지를 던졌다.

정부와 보건복지부 각 자치단체가 사후약방문이라는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았다.

나머지 1대의 휴대폰 역시 초기화 상태를 연상케 하듯 몇개의 통화목록과 문자메시지 말고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

양 손에 셀 수 있을 정도로 희박하게 드러난 추출물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장문으로 작성돼 있는 문자메시지 기록 1개가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세 모녀가 세상을 떠나기 전 A4 용지 9장에 남긴 유서와 동일한 내용으로 쓰여진 문자메시지였다.

세 모녀가 이 문자를 먼저 작성했는지, A4 용지에 수기로 쓴 유서를 토대로 후에 이 문자 기록을 남겼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서면과 문자메시지 2가지 방식으로 유서를 작성한 세 모녀를 생각하면, 이들이 삶을 포기하기 전 남긴 유언만큼은 세상이 꼭 알아주기를 바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원 세모녀가 숨진뒤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야속하게 독촉장을 보내 이웃주민들은 세모녀를 두번 죽인 것이라고 지적했다.(경인일보 제공)
수원 세모녀가 숨진뒤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야속하게 독촉장을 보내 이웃주민들은 세모녀를 두번 죽인 것이라고 지적했다.(경인일보 제공)


디지털 기기나 인터넷에 담긴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 밝혀내는 포렌식 작업도 세 모녀의 휴대폰에는 통하지 않았다.

세 모녀가 극단선택을 하기 전 해당 휴대폰들을 공장초기화 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경찰은 디지털 정보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세 모녀 휴대폰 포렌식 결과에 의문을 제시했다. 휴대폰을 공장초기화 시킬 경우 기기 안에 저장돼 있던 모든 기록들은 삭제된다.

이 같은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그게 아니었다. 경찰은 2대의 휴대폰 모두 공장초기화 돼 있지 않은 상태라고 결론지고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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