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 흥행부진에 실적부진 겹쳐 주가전망 '먹구름'
개인투자자, 상장 시 기업가치 과대평가로 일부 대주주 배만 불린 꼴?

무엇보다도 크래프톤의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내놓은 야심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전망이 밝지 못한 점이다. 기대를 모았던 신작이 유저 확장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성공작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코스피에 상장된 크래프톤 주가는 반토막 나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실에 한숨을 짓고 있다. 게다가 실적은 여전히 부진의 터널에서 헤매고 있어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미들은 속은 것 같다면서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상장 당시부터 '저평가'만을 강조해온 경영진의 안일한 대응에 개인투자자들은 은 '먹튀'가 아니냐고 묻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한 해 외국인들과 연기금은 크래프톤에 대해 각각 1421억원과 804억원 규모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오후 3시15분 현재 주가는 17만2000원으로, 250일 최고 47만8000원보다 거의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12월 들어 외국인들은 크래프톤 주식 약 316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는 1074억원을 순매수한 엔씨소프트와 대조적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은 위메이드(261억원), 카카오게임즈(129억원), 컴투스(78억원) 등도 사 모으며 게임주에 대한 전략을 수정했다는 평가다. 넷마블 역시 매도세가 11월 62억원과 비교해 12월 4억원으로 점차 순매수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외국인들이 여타 게임주들과 달리 크래프톤에 차가운 입장을 견지한 데는 실적과 신작에 대한 기대감 여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2021년 수준을 넘어선 2조6000억원, 6000억원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내년 매출 규모 대비 가장 많은 신작을 예고하며 증권가에서 톱픽으로 제시되고 있다.
반면, 크래프톤은 내년 신작 라인업이 전무할 뿐더러, 해외 시장에서의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지난 7월 갑작스럽게 중단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 서비스 재개가 요원하고, 연 1조원이 넘는 아시아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텐센트의 '화평정영' 로열티 수익 역시 현지 방역 완화로 매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한계가 출시와 함께 드러난 것은 더 큰 문제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출시 이후 PC 버전을 중심으로 최적화 문제가 너무 크게 발생했다"며, "최적화 문제는 게임성의 중요한 요소이기에 이를 보정하지 않고 출시한 것은 개발사 레퍼런스에 부정적인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게임성과 맞물려 안정적 범위 내의 긍정적 피드백 확보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해당 지적재산권(IP) 기준으로 후속 차기작이 나온다 하더라도 이 역시 기대치를 높게 가져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칼리스톤 프로토콜은 출시 직후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주간 판매 순위 3위까지 올랐지만, 일주일 만에 100위로 떨어진 이후, 100위권 밖에서 머물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IPO(기업공개) 당시부터 일관되게 이어져오고 있는 장병규 의장을 비롯한 크래프톤 경영진의 '자만'이 주주들에게 피해를 미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배동근 CFO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예상했던 것보다는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4분기에 연간 마케팅비의 절반을 쓸 계획이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오히려 증권사 전망치인 누적 300만~500만장 판매에 한참 미치지 못한 가운데,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칼리스토 프로토콜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4분기 마진율이 훼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래프톤은 이미 IPO 과정에서도 '공모가 거품 논란'에 대해 오히려 저평가됐다는 자세를 견지해왔다. 당시 장병규 의장은 "네이버ㆍ카카오, 3N(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은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면서도 정작 인도 시장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크래프톤은 직접 뛰어들어 안착했다"고 강조하며, 크래프톤의 비교 대상으로 삼성전자를 언급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상반기에만 인도 IT기업에 1000억원 넘는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정작 퇴출된 BGMI의 서비스 재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특히, 최근 주가 급락에 대해 장병규 의장이 내놓은 대책이 배동근 CFO가 총괄하는 IR팀 담당인력 추가 채용 정도라는 것이 현재 크래프톤 경영진의 안일한 인식을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여전히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시장과의 소통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크래프톤 경영진이 IPO 상장부터 지금까지 지나친 자신감과 긍정적 구호만 시장에 내놓았던 것은 아닌지부터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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