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미술시장이 골드바 같다고 한다. 작년 문전성시를 이룬 축제이며, 한국인 내면에 자리 잡은 사재기 충동을 격발했다.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안전한 예금이기에 묻지마 구매 사냥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상속을 위한 호재이다.
모든 언론이 한국 미술시장의 잠재성이 깨어났다고 호들갑 했다. 예상치 못했던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이 된 듯 모두 놀라워했다. 화산 폭발하듯 미술시장이 터졌다. 누군가 카지노 블랙잭이 불꽃놀이처럼 터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내 작가들 분위기는 더 추락했다.
올해는 작년 기대 못지않게 함께한 키아프도 연쇄 폭발했으면 싶다. 그러기 위해선 프리즈처럼 당당한 작품들이 나왔으면 싶다. 고객들에게 더 이상 손재주 좋은 불굴의 장인이나 기법에 의존한 회화의 가면으로 위장한 공예 작품들이 아닌 내면의 힘과 기본적 색채를 반죽하는 작가 선정이 필요하다. 온몸으로 감전되듯 깨달았어야 한국미술이 부활할 수 있다.
한국은 회화를 위장한 공예 작가는 많지만 현대미술 개념을 이해하는 작가가 없는 불모지라고 한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국내 아트페어는 꽃시장, 과일시장, 동물농장, 도자기 장인이나 국립공원 풍경으로 가득하다고 조롱한다.
미국과 유럽의 미술시장 중심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몇 있던가. 한국의 언론과 방송이 그토록 떠들어 댔던 작가는 많은데 왜 프리즈와 키아프 두개의 음식 앞에 한국인들에게조차 외면 당하는 걸까. 해외 갤러리 전속으로 한국 땅을 밟은 한국 국적의 작가가 있었던가.
프리즈에 참가한 외국 작가의 작품 사이즈와 설치한 작품의 수를 확인하더라도 다르다.
아트페어가 마켓이라고 하지만 구멍가게처럼 진열된 재래시장 눈높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시 부스엔 만원 버스처럼 작가는 왜그리 많이 쑤셔 놓아야 하는지.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유는 시스템의 부재이며, 미술시장을 시골 장터로 만들어 가는데 규칙 이란게 없다. 사실 이런 공간에서 작가도 호흡하기 어렵다. 단일 아트페어가 아닌 두개의 아트페어가 공존하기에. 작품의 수준을 비교하기보다 공간과 동선 그리고 설치의 차이나 컨디션이 전혀 다르다는 것은 확연히 비교된다.
한국 갤러리들에게 실적에 대한 두려움보다 용기가 필요할 시기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다. 좋은 작가 선별하는 혜안과 심미안이 필요하다. 세계 미술시장의 눈높이에 다가가지 못하다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언제까지 창작이 아닌 기법이나 이미지 표절을 쉬쉬하며 감춰야 하는 용기를 휘두르는 시대는 이젠 아니다.
더욱더 참담한 것은 연습용으로도 사용할 수 없는 스기나무 캔버스 재료조차 선택할 줄 모르면서 작업한다는 비아냥을 언제까지 들어야 겠는가. 프리즈 참가한 해외 작가들 이미지 표절보다 캔버스라도 제대로 구분해서 사용하는 준비된 작가들이 먼저 나와야 한다. 고객들에게 연습용으로도 사용하면 안되는 스기나무 캔버스에 그려진 작품을 아무렇지 않게 판매하는 뻔뻔한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
한국 미술이 성장하기 위해 고치거나 보완해야할 것들이 있다.
미술대학은 제대로 걷고 있나. 학생들 등록금으로 대학은 몸집이 커졌으나 세계적인 작가 한 사람 내놓지 못한 불임 상태다. 영양 상태는 좋은데 작가를 양성하지 못한 책임을 교육부의 정책이라고 둘러대고, 그 힘에 짓눌린 대학이 어찌 문화를 꿈꾸는 창작의 요람이 될 것인가. 대학에서 버젓이 잘못된 캔버스 판매도 교육부 탓으로 할 건가.
정부 자금이 지급되는 아트페어나 전시 지원에 있어 성장을 위한 컨텐츠 개발이 자유롭되 실현 가능 하도록 투명해져야 한다.
한국은 아트페어 천국이라 한다. 지자체마다 연례행사가 된 아트페어는 단골 메뉴다. 전국의 관광 상품이 붕어빵처럼 같다. 아트페어는 많은데 내용물이 같다. 한 두어 해 아트페어 방문하다 보면 식상해진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비엔날레처럼 기획된 아트페어나 그룹전시가 실험적일 수 있지만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아시아프나 수묵비엔날레 등 특성화된 페어가 세계적인 페어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미술 단체 중 기획력을 갖춘 신작전과 구상전도 추천할만한 전시다. 최근 국내 첫 시도 된 캔버스 아카이브 기록을 남기고자 전시된 화동페어는 작품의 기록을 남기는 특별한 기획전이다.
프리즈의 등장은 코로나 이후 한국 미술시장에 불어 닥친 격동기다. 숲에서는 숲이 보이지 않듯 갑자기 당혹스러운 미술시장 변화는 한국의 작가를 외면한 것이 아닌 한국의 작가를 깨우는 좋은 징조로 보고 싶다. 외형적 환경만 개선하는 변화가 아닌 시스템 자체를 새롭게 할 수 있는 진정성이 요구된다. 새만금 잼버리를 강행하는 무지가 아트페어처럼 주먹구비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아트페어는 외형에 치중하여 내적부실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비교 대상이 생겼다. 차이를 실감할 수 있지만, 서두르지 않고 경쟁하듯 완주했으면 싶다. 새로운 화랑 협회가 정부 주도로 만들어 경쟁할 수 있어야 작가의 활동과 폭이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소소한 문제의 철책과 지뢰를 걷어내야 작가가 숨을 쉴 수 있다. 한류의 마지막 탑승이 한국미술이 되어져야 하는데, 정부의 관심과 기대가 지속적 이어져야 한다. 해외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 작가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더 늦기 전에 가동해야 할 시기인 듯 싶다.
금보성: 시인, 화가, 시집7권, 개인전75회
금보성아트센터 관장, 한국예술가협회 이사장, 백석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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