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도 요구사항 나올 수 있어

지난 5월 중순 EU 집행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시 유럽-한국을 오가는 화물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 될 수 있다” 등의 내용을 담은 중간 심사보고서(SO)를 배포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 분리 매각을 이사회 안건으로 올리고 이를 처리함으로서 자칫 합병 무산 위기까지 몰렸던 사안이 해소됐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 분리 매각을 결정했지만 코로나19 이후 화물사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 마땅한 인수자가 없을 수도 있다는 분석과 미국과 일본의 합병 승인 결정도 남아 있다.
2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화물사업 분리 매각을 결정했다. 서울 모처에서 열린 이사회에는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와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위원장,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5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3명이 찬성, 1명 반대, 1명 기권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매각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면 EU의 합병 승인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 매각 결정을 했더라도 남은 과제는 여전히 많다. 우선 국내에 화물사업을 인수할 대상자가 많지 않다. 업계는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를 후보군으로 보고 있지만, 화물사업을 인수하면 이와 관련된 부채(약 1조원 예상)까지 떠맡아야 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비 화물 운임료가 크게 하락한 것도 걸림돌이다. 운임료 하락으로 사업 수익성이 낮아지면 인수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물사업 분리매각 결정으로 EU 집행위의 승인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EU 집행위원회는 현재 두 항공사 합병과 관련된 심층 조사를 멈춘 상태다. 향후 요구한 보고서를 제출받은 뒤 심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빠른 시일 내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하고 EU 집행위의 승인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EU 집행위의 승인을 받더라도 미국과 일본의 승인이 남아 있다.
미국과 일본은 독점 우려를 이유로 대한항공에 슬롯 및 노선 반납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대한항공은 합병시 영국 LCC 버진애틀랜틱에 7개 슬롯을, 중국에는 46개의 슬롯을 반납하기로 했다.
슬롯은 시간당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횟수다. 항공사가 운수권(특정 노선에 취항할 수 있는 권리)을 가지고 있더라도 슬롯이 없으면 비행기를 띄울 수 없어 항공사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업계는 인천-뉴욕, 인천-시카고 등 ‘알짜 노선’이 반납 목록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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