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 조화, 신명

아름다움이란 모양이나 색깔, 소리 따위가 마음에 들어 만족스럽고 좋은 느낌이다. 색채와 소리가 마음에 평온을 주는 상황이 명확할 때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한다. 프랭크 웰첵은 아름다워지는데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간결이다.
간결이란 불필요한 표현을 줄인 것이다. 근본을 표현함에 낭비가 없고 필요 이상으로 불필요한 것을 소유하지 않음을 뉴턴이 설명했다.
현대회화는 복잡한 반죽이나 숲속의 새와 나무 시냇물 흘러가는 구름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개념적 요소에서 추출한 엑기스를 표현하는 의식이다. 자칫 단색화로 오해할 수 있으나 결이 다르다. 세상을 이해할 때 필요한 또 다른 아름다움은 조화이다.
조화는 지성을 가진 독립적 존재이다.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신통하게 된 일 또는 서로 잘 어울리는 것이 조화다. 미술은 색채라는 조화이며, 일반적으로 무시하는 작가도 있다.
현대미술은 간결과 조화라는 진실로 설명된다면 아름다움이다.
미술 평론가 반이정씨는 미술의 역사를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했다. 일루전과 물성이다. 일루전이란 2차원 평면 위에 3차원 입체감의 착시를 만드는 것으로 미술사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줄곧 이어진 미술의 본질이다. 물성은 현대미술이 출현한 20세기 중반께 주목받은 개념이다.
실제 대상을 허구로 재현하는 일루전이라는 미술의 본질을 버리고, 미술을 구성하는 캔버스 물감 그리고 작가의 행위에 집중한 개념이 물성이다. 아무것도 재현하지 않은 화면 위를 단색조 붓질로 가득 채운 추상회화를 떠올리면 된다.
금보성의 한글 자음과 모음을 종이 찢는 기법은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3차원 일루전과 같으며, 눈에 보이는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문자의 속내를 드러내는 행위를 담았다.
20세기 중반 추상미술과 미니멀리즘이 한 두어 개의 채색을 제한하여 완성하던 작업은 물성에 가깝다. 당시의 미적 키워드는 물성이다. 현대미술이 난해하다는 것보다 기존 미술보다 간결과 조화의 진실을 담았다.
또 국가마다 지역마다 내려오는 전통적 흥과 놀이의 신명 의식을 한글 문자에 담았다. 종이 찢는 놀이는 단순하지 않고 숨겨진 것을 드러낸다. 속내를 밝힌다는 의미도 있다. 오래전 금보성 시집 그에게 나를 나타내리라 제목처럼 한글 문자를 현대회화에 한 발짝 다가간 듯한 고백처럼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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