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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체험] 국회박물관 구내식당, 긴 행렬에 끼어 서보니

입력 2024-06-17 14:27

국회 박물관 구내식당에 길게 늘어선 줄. 식당 내부에도 방문객으로 자리가 꽉 차 있다. [사진=김선영]
국회 박물관 구내식당에 길게 늘어선 줄. 식당 내부에도 방문객으로 자리가 꽉 차 있다. [사진=김선영]
[비욘드포스트 김선영 기자]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늘어났다.

언뜻 월급이 늘어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근로자의 근로소득은 1.1% 줄었다. 소득이 늘어난 부분은 임대소득·농업소득 등 사업소득이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수급액 인상, 부모급여 확대 등의 이전 소득도 증가했다.

줄어든 근로소득에 소비자물가 상승률까지 반영하면 명세표는 더욱 초라해진다. 가계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1.6% 줄었다. 1분기를 기준으로 2021년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2017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얇아진 지갑에 치솟는 물가. 유리지갑이라 자조하던 직장인들의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었던 점심 한 끼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다.

여의도 인근의 김밥집에서 가장 싼 메뉴는 3500원이고 돈까스나 소고기, 참치 등이 들어있는 김밥은 5천원이다. 김밥 한줄로는 양이 차지 않아 라면 한그릇이라도 곁들일까 하니 기본 4500원부터 시작이다. 라면에 김밥 한 줄 셋트에 8천원인 셈.

평소 좋아하는 쌀국수는 1만3000원, 무더위에 꼭 챙겨먹는 삼계탕은 1만8000원, 이제 막 제철에 접어드는 콩국수는 1만5000원이다.

이보다 저렴하게 점심을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다 국회의사당에 있는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국회의사당에는 여러 곳의 구내식당이 있지만, 그 중 국회박물관의 구내식당은 신분증 확인 등 번거로운 절차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어 선호하는 편이다.

구내식당 입구의 입간판에는 11시 30분부터 운영한다고 쓰여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미리 메뉴를 확인하곤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 날의 메뉴는 등심돈까스와 양송이크림스프, 그리고 비빔국수다.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이 메뉴를 확인해 본 인근 사무실의 직장인들이라면 결코 지나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국회 박물관 구내식당의 인기메뉴인 돈까스와 스프, 그리고 비빔국수 등. 가격은 5500원 [사진=김선영]
국회 박물관 구내식당의 인기메뉴인 돈까스와 스프, 그리고 비빔국수 등. 가격은 5500원 [사진=김선영]


11시 10분쯤 도착했을 때 직감이 맞았음에 환호함과 동시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생각보다 줄이 훨씬 길었다. 음식을 받아들고 착석한 시간은 11시 30분. 그나마 '오픈런'이라 자리 잡기가 어렵진 않았지만, 잠시 후 식판을 들고 자리를 찾아 서성이는 사람들이 생겼다.

배식받은 음식은 일반 식당에 비해 조금 작거나 초라해보일 수도 있지만 5500원임을 감안하면 불평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전문 영양사가 나트륨이나 칼로리를 계산해 조리했기 때문에 균형 잡힌 영양소를 제공받을 수 있어 건강에도 좋다.

국회의사당 인근의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월요일마다 이 곳의 일주일치 메뉴를 확인하고는 방문 계획을 짠다"며 "오늘처럼 인기 많은 메뉴가 나올 땐 일찍 나와야 먹을 수 있다"고 귀뜸했다.

혼밥 할 때마다 이 곳을 찾는다는 직장인 B씨도 "사무실에서 거리가 좀 멀어도 이 가격에 마음 편하게 혼밥할 수 있어 자주 찾는다"며 "바로 옆 도서관 구내식당과 번갈아 이용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C씨는 "솔직히 여유만 있다면 조금 더 맛있는 걸 먹고 싶긴 하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배가 금방 꺼지는 느낌"이라며 "돈을 아끼기 위해 오긴 하는데, 점심값이 조금만 내리면 이렇게 멀리 오진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줄은 처음보다 더 길어져 이젠 건물 밖까지 늘어섰다. 몇 년 동안 종종 이용한 적 있었지만, 이렇게 길게 늘어선 줄은 처음이다.

그 와중에도 구내식당 내부에는 최근 물가 등이 치솟아 식권 가격을 올린다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다행히 내부 직원들이 이용하는 식권의 가격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린 것도 잠시, 그들도 직장인이라는 생각에 다시 마음이 무거워진다.

국회 박물관 외부까지 늘어선 줄 [사진=김선영]
국회 박물관 외부까지 늘어선 줄 [사진=김선영]


ahae@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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