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2.14(토)
[신형범의 千글자]...평범한 부부가 비범해지는 방법
저녁 먹고 나서 아내와 산책하고 주말엔 집 근처 카페에서 차 마시며 수다 떠는 게 낙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들은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라고 놀리지만 결혼하고 평생을 붙어 살아도 서로에 대해 아직도 궁금한 게 있고 얘기를 나눌 때마다 서로에게 새로운 걸 발견하는 게 재미있다고 대답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차 마시고 글 쓰고 운동하고 때 되면 밥 먹고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보내다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듭니다. 이런 다람쥐 쳇바퀴 같이 반복되는 게 인생인가 싶어 가끔은 허무한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익숙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바탕에는 지겨움이라는 감정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인생의 70% 이상은 루틴, 습관 같은 반복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반복되는 것, 루틴을 잘 다루는 것이 삶에서 대단히 중요한지도 모릅니다. 완전히 새로운 게 뭐가 있나 생각해 보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반복되는 루틴이 모든 친밀한 관계의 핵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유독 사이 좋은 부부나 친구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같은 얘기를 몇 번이고 잘 듣는다는 겁니다. 시간 상황 장소에 따라 같은 얘기를 다른 감정, 다른 기분으로 듣는 겁니다.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라는 말이 있습니다. 발에 채이는 흔하디 흔한 일상처럼 하찮은 느낌이지만 소박하게 밥 먹고 차 마시는 보통 날이 소중하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그러니 부부의 삶의 핵심은 반복되는 지겨움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매일 보는 사람을 새롭게 느끼는 능력은 어쩌면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과 책임감일 것입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시간의 희미한 발자국을 찾는 건 사랑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매일 보는 아내와 남편의 얼굴에서 흰머리와 주름살을 찾아내며 측은지심을 느끼고 반복되는 일상 중에도 붉게 물든 단풍잎 하나를 발견하며 계절의 매듭을 느끼는 일, 사랑이 특별한 사람에 대한 끝없는 질문이자 응답인 이유입니다.

결국 지겨움을 친밀함으로 바꾸는 비밀은 평범한 일상의 반복에서 조그마한 차이를 발견하고 때론 찾아내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지겹게 하는 매일매일의 일, 매일 만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나를 매순간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평범한 아내와 남편이 비범해질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사랑하고 사랑받는 순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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