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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가 설 곳은

입력 2025-06-05 08:07

[신형범의 千글자]...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가 설 곳은
스페셜리스트는 흔히 ‘전문가’로 번역하지만 제너럴리스트는 마땅한 우리말 단어를 못 찾겠습니다. 경우에 따라 제너럴리스트는 스페셜리스트와 비교해 약간 얕잡아보는 경멸의 뜻으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 이것저것 잡다하게 많이 알지만 자기만의 고유한 영역이 없기 때문에 막상 어느 분야에서도 권위를 가질 수 없는 지식인이나 기능인을 지칭할 때가 그렇습니다.

제너럴리스트는 사회와 직장에서 찬밥이 되기 십상입니다. 얼핏 보면 폼나는 것 같은데 막상 어디에 써먹기는 애매한 포지션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한 분야를 깊게 파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얘기를 귀가 따갑게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문제들에 꼭 맞는 전문가가 존재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몸이 아플 때 의사를 찾고 자동차가 고장 나면 정비소를 찾지만 출산율 저하 문제나 젠더갈등, 불평등 해소 같은 문제들은 마땅한 전문가가 없습니다.

제너럴리스트들은 여기서 반격의 실마리를 찾습니다. 여러 분야에 걸친 지식을 두루 종합하고 여기에 윤리적, 정치적 문제까지 고려하면 자신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다양한 변화와 도전으로 기존 사회시스템이 흔들리는 순간에는 기존 전문가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융합’과 ‘통섭’의 관점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힘을 얻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일단 각종 전문직의 전문가들이 위기를 맞았습니다. 기업의 실무 담당은 말할 것도 없고 회계사나 변호사 의사 같은 전문직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제너럴리스트 또한 인공지능의 거센 물결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제아무리 박학다식한 사람도 온갖 분야의 지식을 섭렵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적수가 될 수 없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생각하고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들은 인공지능에 물어보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이런저런 복잡한 문제들에 항상 뾰족한 답을 주는 만능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제너럴리스트가 도달할 수 없는 지식의 양과 범위, 분류하고 종합하면서 개인적인 편향이나 오류에 빠지지 않고 균형 잡힌 솔루션을 내놓습니다.

인공지능의 도전에 대한 대책으로 인간은 인간만이 발휘할 수 있는 창의성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이 또한 미덥지 않습니다. 인공지능도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창의적인 해답을 내놓습니다. 결국 인공지능의 공격으로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모두 궁지에 몰렸습니다. 이젠 정말 인간 정신활동의 본성이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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